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아프간 여성의 자유와 삶, 복지가 완전히 파괴되고 황폐화되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부터 여성 인권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여아의 교육권 침해 문제부터 여성들이 가능한 한 집에 머무르라는 명령에 이르기까지 여성인권 관련 ‘퇴행’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여성을 직접 겨냥하는 제한 정책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는 여성 전문 특파원 마야 오펜하임의 주최로 탈레반 집권 이후 여성들에게 가해진 끔찍한 ‘전쟁’에 대해 전문가 토론을 진행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여성 전문 특파원을 두고 있는 신문이다.
이날 바바카크헤일 전 아프간 가정법원 판사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에게 자신의 나라는 이제 고장나버렸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영국 맨체스터로 이동해 활동가로 살고 있다. 매일 아프간 여성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그는 현지 여성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울부짖는 왓츠앱 메시지를 매일 아침 확인한다”며 “탈레반은 날이 갈수록 이들에게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바카크헤일 전 판사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에는 탈레반을 피해 숨어 지내는 전직 여성 판사들이 목숨을 잃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역시 199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2007년 파키스탄에서 각각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할뻔 했다고 고백했다. 현지 여성들의 절망적인 문자 메시지를 소개하며 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고, 고용과 교육에 대한 권리를 존중한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이는 허울뿐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중순 미군과 영국군이 철수하면서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후 여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직장과 교육기관에서 여성을 내쫓고, 이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도 금지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더 바 부국장은 “탈레반 2.0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 아프간 상황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여성인권 위기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라지겠다는 탈레반에 대해 일부 국가에서 희망을 갖기도 했지만, 정작 현지 여성들은 그 약속을 전혀 믿을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탈레반의 예전 통치 시절 여성들은 일할 수 없었고, 소녀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으며, 여성이 집 밖을 나서려면 남성 친척 등의 보호를 받아야만 가능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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