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에 불경기 겹치고, 지역화폐 중단 등으로 소비 심리 위축
추석 열하루 앞둔 양동시장 |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한가위만 같아라'도 옛말이지 명절이 안 돌아왔으면 좋겠어."
추석을 열하루 앞둔 30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은 추석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제법 붐볐다.
시민들은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든 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도 더 저렴하게 장을 보려고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물어봤다.
대목 장사를 놓치지 않으려는 상인들도 가게 밖으로 나와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고 나섰다.
더 깎아달라는 시민들과 더는 안 된다는 상인들의 실랑이도 시장 골목을 채웠다.
채소 가게 앞에서 가격 흥정을 하던 소모(69)씨는 "파프리카랑 버섯 몇 가지 샀는데 1만4천원 나왔다"며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에는 차례 음식을 줄여 고기도 육전만 하기로 했는데 물가가 그만큼 올라 쓰는 돈은 비슷하더라"라며 "경제가 안 좋으니 이제는 명절이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굴비 가게나 정육점에서는 선물용 상품을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지난 추석과 비교해 선물 주문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추석 앞두고도 한가한 양동시장 |
생선 가게를 하는 김충만(33) 씨는 "이맘때면 박스 테이프 뜯는 소리 때문에 여기저기 시끄러워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대부분 가게에서 택배 주문이 절반 이상 준 것 같다"며 "우리 가게도 손님들이 이번에는 진짜 보낼 분들만 보내야겠다고 개수를 줄여서 주문하더라"고 말했다.
건어물 등을 판매하는 백모(66)씨도 올해부터 선물 세트를 준비하지 않았다.
백씨는 "선물도 안 주고 안 받으려고 하고 명절 상차림도 간단하게 하려는 추세 아니냐"며 "매년 물가는 오르는데 손님은 줄고 있다"고 걱정했다.
광주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인 상생카드가 예산 소진으로 지난 6월 판매와 충전을 중단한 데 이어,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지방자치단체 자체 사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혀 상인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 건강식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만신(57) 씨는 "두세 달 전만 해도 대부분 손님이 상생카드를 들고 물건을 사러 왔는데 최근에는 뚝 끊겨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며 "물가는 오르는데 할인받을 수 있는 수단도 사라져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11일 광주상생카드 10% 할인을 재개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으며, 추경 예산안은 시의회 상임위, 예결위 심의를 거쳐 오는 31일 확정될 예정이다.
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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