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에 내는 큰 구멍에서 유래된 이름
영어 이름은 별을 본다 해 ‘스타게이저’
철저한 매복과 전광석화 공격으로 악명
영어 이름은 별을 본다 해 ‘스타게이저’
철저한 매복과 전광석화 공격으로 악명
사전적 의미로 ‘뚫어지거나 파낸 자리’인 두 글자, 구멍. 이 ‘구멍’이라는 말에 뭔가 불쾌하거나 음습하거나 부끄러움이 느껴지십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속물이나 변태로 치부하며 자학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어의 본뜻을 떠나 사회적, 신체적 의미의 ‘구멍’의 이미지는 결코 유쾌하지는 않으니까요. 여기 차마 언급할 수는 없지만 구멍에서 파생되거나 구멍을 활용한 비속어가 정말 얼마나 많습니까. 참 역설적인 상황이죠. 우리 몸에 건강한 신진대사를 돕는 수많은 소중한 ‘구멍’들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처럼 사람도 ‘구멍’이라는 말에 뭔가 찜찜해지는데, 물고기야 오죽하겠습니까.
오늘은 하고 많은 이름 중에서 하필 ‘구멍’으로 끝나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많은 물고기들의 이름이 ‘~어’나 ‘~치’로 끝납니다. 주로 먹는 생선일 경우가 대체로 그렇습니다. 물론 그 두글자와 상관없이 ‘가자미’ ‘빠가사리’ ‘쏠배감펭’ 처럼 독자적인 조어법으로 이름지어진 물고기들도 많고요. 그 중 하필이면 ‘~구멍’으로 끝나는 부류들이 있어요. 바로 ‘통구멍’들입니다. 발음을 조심해야 해요. 혓바닥을 앞쪽에 배치시키고 튕겨주면서 확실하게 티긑 발음을 하지않을 경우 ‘티긑’이 ‘쌍디귿’이 될 수 있습니다. 졸지에 ‘X구멍’으로 개명하게 되는 거죠. 이 부류에는 얼룩통구멍, 푸렁통구멍, 비늘통구멍 등이 있는데, 상어류 중 백상아리처럼 얼룩통구멍이 대표주자입니다. 얼마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대서양 해변에서 얼룩통구멍이 산채로 잡혔는데, 그 기이한 외모 때문에 화제가 됐습니다. 목격자의 말대로 참 ‘못생기면서도 왠지 귀여운’ 생김새였거든요. 사진 한 번 보실까요?
통구멍이라는 이름은 여느 물고기와 확연히 구분되는 기이한 얼굴모양에서 비롯됐어요. 보통 좌우 한쪽에 붙어있는 눈이 위로 슬금슬금 올라가 이마께로 수렴돼 위를 치켜뜨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 앞으로 입이 있고요. 통구멍은 목재의 옆면에 다른 목재를 끼우려고 파낸 구멍을 말합니다. 마치 이 통구멍과 물고기의 입이 빼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해양·수산 전문지 ‘현대해양’은 설명합니다. 얼핏보면 그냥 물고기 입 같은데, 무서운 살상병기입니다. 먹잇감이 다가오면 순식간에 입을 쩍 벌려 꽉 문 뒤 어마무시한 파워로 뱃속으로 빨아들입니다. 자신의 몸집과 얼추 비슷한 물고기들도 가차없이 삼켜버리죠. 그 모양새가 마치 목재 옆에 낸 통구멍으로 다른 목재와 합체하는 모습을 연상시켰던 것 같아요. 얼룩통구멍의 전광석화 같은 사냥장면입니다.
오늘은 하고 많은 이름 중에서 하필 ‘구멍’으로 끝나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많은 물고기들의 이름이 ‘~어’나 ‘~치’로 끝납니다. 주로 먹는 생선일 경우가 대체로 그렇습니다. 물론 그 두글자와 상관없이 ‘가자미’ ‘빠가사리’ ‘쏠배감펭’ 처럼 독자적인 조어법으로 이름지어진 물고기들도 많고요. 그 중 하필이면 ‘~구멍’으로 끝나는 부류들이 있어요. 바로 ‘통구멍’들입니다. 발음을 조심해야 해요. 혓바닥을 앞쪽에 배치시키고 튕겨주면서 확실하게 티긑 발음을 하지않을 경우 ‘티긑’이 ‘쌍디귿’이 될 수 있습니다. 졸지에 ‘X구멍’으로 개명하게 되는 거죠. 이 부류에는 얼룩통구멍, 푸렁통구멍, 비늘통구멍 등이 있는데, 상어류 중 백상아리처럼 얼룩통구멍이 대표주자입니다. 얼마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대서양 해변에서 얼룩통구멍이 산채로 잡혔는데, 그 기이한 외모 때문에 화제가 됐습니다. 목격자의 말대로 참 ‘못생기면서도 왠지 귀여운’ 생김새였거든요. 사진 한 번 보실까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해변에서 산채로 잡힌 얼룩통구멍. 사진 촬영후 바다로 돌려보내졌다. /Callie Lee Mallow. WWAY News |
통구멍이라는 이름은 여느 물고기와 확연히 구분되는 기이한 얼굴모양에서 비롯됐어요. 보통 좌우 한쪽에 붙어있는 눈이 위로 슬금슬금 올라가 이마께로 수렴돼 위를 치켜뜨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 앞으로 입이 있고요. 통구멍은 목재의 옆면에 다른 목재를 끼우려고 파낸 구멍을 말합니다. 마치 이 통구멍과 물고기의 입이 빼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해양·수산 전문지 ‘현대해양’은 설명합니다. 얼핏보면 그냥 물고기 입 같은데, 무서운 살상병기입니다. 먹잇감이 다가오면 순식간에 입을 쩍 벌려 꽉 문 뒤 어마무시한 파워로 뱃속으로 빨아들입니다. 자신의 몸집과 얼추 비슷한 물고기들도 가차없이 삼켜버리죠. 그 모양새가 마치 목재 옆에 낸 통구멍으로 다른 목재와 합체하는 모습을 연상시켰던 것 같아요. 얼룩통구멍의 전광석화 같은 사냥장면입니다.
위로 쏠린 눈에 진공청소기 같은 걸쭉한 입을 가진 이 물고기의 몸구조는 밑바닥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산물이에요. 주로 밤에 먹이활동을 하는 야행성인데, 적극적으로 사냥감을 쫓아다니는게 아니라, 펑퍼짐한 몸을 모래속에 숨기고 위장을 하는 매복공격자입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사정거리 안에 목표물이 도달했을 때, 공격이 시작됩니다. 작은 물고기의 경우 공격과 함께 한번에 뱃속으로 집어삼킬 수 있지만, 덩치가 큰 먹잇감의 경우 거센 저항에 직면할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몇번 꿀덕거리면서 싱싱하게 꿈틀거리는 사냥감을 기어이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깁니다. 얼룩통구멍의 오징어 사냥 장면을 보실까요? 끝까지 저항하며 온몸으로 검은 먹물을 내뿜는 몸짓이 마치 유서를 써갈기는 듯한 비장함도 서려있는 듯 합니다. 생오징어 쫄깃한 식감을 녀석도 아는지 매복했던 바닥을 뛰어나와 사냥하는 적극성까지 보여주네요.
통구멍 집안에는 얼룩통구멍을 비롯해서 50여종이 있어요. 종류에 따라선 입가 끝에 술이 달려 낚시미끼처럼 물고기를 유혹해 효율성을 높입니다. 드물게는 전기뱀장어·전기가오리처럼 몸에서 전기를 내서 상대방을 쇼크에 빠뜨려 사냥하는 경우도 있고요. 독가시를 품은 것도 있는데,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힐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이 기이한 생김새의 물고기들을 ‘통구멍’으로 통칭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에서는 제법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뜻의 ‘스타게이저(stargazer)’예요. 한국식 이름이 큼지막한 입에 방점을 찍었다면, 영어 이름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눈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매복 사냥에 성공하는 모습. 몸집에 비해 아주 큰 입이 있어 큼지막한 물고기도 집어삼킬 수 있다. /Crazy Creatures 페이스북 |
이름이야 어쨌든, 괴상망측한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에게 약간의 섬뜩함이 가미된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합니다. 통구멍류의 몸집은 40㎝를 넘지 않습니다. 덩치가 몇 센티만 더 컸더라도 해양생태계의 구도는 지금보다 많이 달라졌겠지요. 지금보다 몸집이 두 세 배만 컸더라면, 우리는 해저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식인어와 공존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지도 모르고 얼룩통구멍 앞을 지나는 물고기. 이 물고기는 빛의 속도로 얼룩통구멍의 위장 속으로 빨려들어갔다./Crazy Creatures 페이스북 |
위로 쏠린 눈을 하고 바다에서 꼼작않고 기다리면서 매복공격으로 먹잇감을 잡는 아주 비슷한 종류의 물고기가 또 있어요. 쏨뱅이와 가까운 쑤기미입니다. 주변 돌덩이와 구별이 힘든 우락부락한 생김새의 이 물고기 역시 눈이 위쪽으로 쏠려있고, 가까이 접근한 물고기를 단숨에 꿀꺽 삼켜버리죠. 통구멍보다 훨씬 독성이 강한 독침을 가지고 있어 자칫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영어 이름은 약간 살벌해요. 악마같은 쏘는자(devil dtinger)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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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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