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본, 관련자들 직권남용 혐의 조사
수송사 중령, 수방사 영내서 적발
음주측정 안한채 “단장 연락해라”
수사관들, 단장 통화 뒤 귀가시켜
단장은 “조사 후 보내란 뜻이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 직속 수송사령부 소속 A 중령은 지난 3일 수방사 영내 음식점에서 군 관계자들과 회식을 했다고 한다. 수송사령부는 군 병력 수송, 차량 정비 등 전군의 수송 지원을 담당하는 부대이다.
A 중령은 이날 오후 8시쯤 회식을 마친 뒤 수방사 영내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음주 운전 단속을 하던 군사경찰단 수사관 2명에게 적발됐다고 한다. A 중령의 차량이 정상적으로 운행하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본 수사관들이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경찰은 군사 지역에서 음주 운전 단속, 음주 측정, 혈액 채취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A 중령은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서, ‘본인의 상황을 수방사 군사경찰단장인 B 대령에게 전달해 달라’는 취지로 수사관들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B 대령은 수사관들의 직속상관이며 영내 음주 운전 단속과 조사를 포함한 수사 업무를 총괄한다.
B 대령은 A 중령이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린 사실을 전달받은 뒤 부하 수사관에게 “A 중령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A 중령은 정식 입건이 되지 않은 채 귀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같은 내용의 비위 제보가 국방부에 접수됐고, 국방부가 육군본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육군본부 직할 수사 전문 부대인 육군중앙수사단이 B 대령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A 중령도 음주 운전에 대해 다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A 중령과 B 대령의 관계, B 대령이 부하 수사관에게 A 중령을 귀가 조치하도록 지시하게 된 이유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육군본부는 본지 취재에 “수도권 소재 모 부대 군사경찰단장이 영내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간부를 귀가시키도록 임의로 지시했다는 제보를 접수했고 육군수사단을 통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법규와 절차를 지켜 엄중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수방사 군사경찰단장인 B 대령은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게 아니라 ‘조사를 다 마무리하고 잘 귀가시키라’는 취지로 말한 것뿐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군 법무관 출신인 한 법조인은 “수송 부대 중령이 음주 운전을 했는데 군사 경찰 대령이 조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군 간부가 각자 본분을 어기고 군 기강을 흔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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