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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로힝야족 집단학살 5주년…끝나지 않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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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 재난·범죄 속출…송환·전쟁범죄 단죄도 요원

연합뉴스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촌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집단 학살 사태가 발생한 지 25일이면 5년이 된다.

방글라데시로 피신해 난민촌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약 100만명의 본국 송환은 기약이 없다.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살에 대한 국제법정 심판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 방글라데시 난민촌 비참한 삶

2017년 8월 25일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경찰초소 24곳과 군 기지 등을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습격했다.

이슬람계 소수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탄압을 받았고, ARSA는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토벌에 나섰다. 군은 이를 빌미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은 초토화되고 수천여 명이 사망했다. 로힝야족 74만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앞서 국경을 넘은 이들까지 합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에 100만명 가까운 난민이 살고 있다.

난민촌의 삶도 비참하다. 유엔과 구호단체의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난민촌에서 불이 나 로힝야족 가옥 1천200여 채를 태우고 5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로힝야족 지도자 2명이 총에 맞아 살해되는 등 난민촌 내 치안도 극도로 악화했다.

특히 난민 중 약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과 아동이 성폭력 등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난민이 자국에 영구적으로 정착할 것을 우려한 방글라데시가 정부가 교육을 금지해 난민촌 아동 대부분은 교육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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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피해 본 로힝야족 난민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혼란…"안전한 복귀 조건 안돼"

로힝야족의 송환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로힝야족의 미얀마 송환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로힝야족이 미얀마가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돌아갈 수 있다고 응하지 않으면서 송환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에 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2월 쿠데타가 발생해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반대 세력을 유혈 진압하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사망자는 2천200명이 넘고, 구금된 사람도 1만5천여 명에 달하는 등 미얀마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011년부터 군부 최고 실력자로 군림, 2017년 학살 사건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지난 17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로힝야족 난민은 미얀마 국민"이라며 난민이 미얀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첼레트 대표는 미얀마 내부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안전한 복귀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송환은 자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얀마를 방문한 놀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는 로힝야족의 송환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한 미얀마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그들의 권리와 안녕이 미얀마의 번영과 평화로운 미래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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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출석한 감비아 대표단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국제법정 심판 지지부진…전쟁범죄 '단죄' 어려워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공격을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비판해왔다. 곳곳에서 미얀마가 로힝야족을 의도적, 체계적으로 탄압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올해 3월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족을 실질적으로 말살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공격했다며 집단학살에 해당한다고 결론 냈다.

2018년 유엔 진상조사단도 미얀마의 군사 행동에는 집단학살에 해당하는 행위가 포함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단죄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쟁범죄를 다루는 상설 재판기구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있지만 로힝야족 사건 조사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ICC는 1998년 채택된 로마 규정을 바탕으로 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2002년 설립됐다. 기소권은 로마 규정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ICC 검사에 있다,

미얀마가 로마 규정 당사국이 아니고, 유엔 안보리에서는 미얀마와 가까운 중국이 반대해 ICC의 활동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2019년 11월 아프리카 이슬람국 감비아가 미얀마 정부를 집단 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지만 심판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군정에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같은 해 12월 말 ICJ에 출석해 학살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쿠데타 군부도 ICJ에 사법권이 없어 재판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ICJ가 지난달 미얀마의 이의를 기각하면서 로힝야족 학살 의혹 재판은 겨우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결론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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