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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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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일하고 더 벌고 싶어요'…금융노조 파업, 사회적 지탄 대상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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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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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지난 2016년 9월23일 총 파업에 돌입했을 당시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은행 지점 모습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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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이라고 부러움을 사는 금융산업노동조합이 파업을 무기로 6%대 임금인상 요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노조는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에 내달 16일부터 총 파업에 나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파업의 명분은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일단 타 업종 대기업에 비해 낮은 연봉 인상률이 첫번째이고, 다음으로는 무분별하게 점포 폐쇄가 이뤄지고 있어 고용안정성도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억대 연봉이라고 평가받지만 사실은 노동강도가 지나치게 높은 사무직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물가 천정부지 오르는데 은행원 월급은 안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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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회원들이 '은행 점포폐쇄 중단 및 감독당국의 점포폐쇄 절차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실적 경쟁하 듯 점포 폐쇄 이어가는 은행에 금융당국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1.10.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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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노조 지난 19일 39개 지부 전국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3.4% 찬성률로 총 파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억대 연봉에도 파업권을 무분별하게 이용한다'는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이 쏟아진다.

금융노조는 이에 대해 사용자측이 노조가 제시한 34개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 상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평균 임금 인상률이 2%대에 머물러 물가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명분이다. 노조는 "최근 10년 사이 임금 인상률이 3%를 넘은 적은 한 번"이라며 "이번에 임금 인상률 6.1%를 요구했고, 사용자측은 1.9%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사회적으로 보면 은행원의 절대적인 연봉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다른 대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에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앞선다는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신현호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주요 대기업들은 작년부터 5%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했지만 은행권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행은 조단위 수익인데 은행원은 왜 대우 안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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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통폐합 계획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은행법 개정으로 번져가는 가운데 7일 서울 송파구 한국시티은행 올림픽훼미리지점에서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노조와 정치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당국은 사실상 방관자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이날부터 하반기 안에 126개 전체 점포 가운데 101개를 없애기로 했다. 2017.7.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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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노조가 배부른 투정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노조 생각은 정반대다. 사용자측이 금리 상승기에 높은 금리를 유지해 수익은 극대화 해놓고 이 이익이 고객과 은행원이 아닌 외국인과 주주 몫으로만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고용불안도 거론한다. 지난해 국내은행 가운데 300여개 영업점(전체의 약 5%)이 사라졌다는 점이 일터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한다. 영업점이 적자인 상황도 아닌데 수익이 덜 난다는 이유로 폐쇄하는 건 소비자 접근성을 무시하는 처사란 지적이다. 노조는 이 때문에 사측과 협의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을 위해 영업점 폐쇄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내놓았다.

노조는 여기에 더해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사용자측이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근무 시간 유연화나 임금 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선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건 노조가 주장하는 주 36시간(4.5일제) 근무다. '노동 시간 단축'이라는 사회적 움직임에 은행권이 먼저 대응하자는 취지라는데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9 to 6' 점포, 신한은행의 '이브닝 점포'처럼 2교대를 하는 등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덜 일하고 더 벌고 싶어요…사회적 지탄 대상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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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8.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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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파업을 전제로 한 은행권 주장이 여론의 동조를 얻을 지는 미지수다. 은행원 평균 연봉은 1억원으로 임금의 절대적인 수준이 높아 6%대 임금 인상 요구는 사회적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영업점 폐쇄 금지 요구와 주 36시간 근무 요구가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 영업점 폐쇄를 막겠다고 하지만 근무 시간을 매주 4시간씩 줄이는 조치는 소비자 불편을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은행 산업이 핀테크 혁신으로 큰 전환기를 맞고 있는 시기에 노조가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등은 영업지점이 없어 여기서 줄인 비용 등을 무기로 수신금리는 높고 여신금리는 낮은 상품을 출시해 혁신을 이뤄가고 있다. 은행 산업이 은행원이 크게 필요치 않은 무인점포 등으로 발전할 경우 노조 역시 설 자리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볼모로 한 총 파업이 이 시기에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금리와 물가가 치솟고 있어 모두가 고통스러운데 은행원들은 사실 비교적으로 근무여건이 서민 노동자들에 비해서는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오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 파업 찬반 투표 결과와 금융노조 파업 일정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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