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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자폐·어린이 해방·팽나무…매회 고민거리 던진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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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 vs '권모술수 권민우'…자폐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판타지에 담은 메시지…"장애인과 비장애인 공존, 낭만적으로 그려"

연합뉴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오명언 기자 = 올해 최고 인기 드라마로 종영까지 2차례 방영만 남겨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방송가에서는 '우영우'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 이유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들춰보지 않은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감을 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본 바탕은 법정물인 '우영우'는 에피소드마다 여성, 어린이, 영세업자, 성소수자,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 천연기념물 지정, 문화재관람료 폐지 등의 사건을 다루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 두뇌를 동시에 가진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와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권민우(주종혁)를 통해서는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상반된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자폐인 가운데 드물게 나타나는 천재성인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다수 자폐인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드라마로 인해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인식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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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사회적 약자·잊고 있던 가치 향한 따뜻한 시선…어린이 해방부터 팽나무까지

'우영우'는 자폐를 넘어 사회적 약자나 현대사회가 잊고 있는 가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1회에서는 치매 남편을 돌보다가 순간적으로 폭력을 행한 70대 아내 사건을 통해 가족에게만 맡겨진 노인 돌봄의 현실을 짚어냈다.

폭언을 일삼는 남편을 홀로 돌보는 노인이 참다못해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돌봄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감당하는 가족들에게 큰 공감을 샀다.

7·8회에서는 마을 한가운데 도로가 놓이게 된 소덕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무형의 아름다움을 지닌 마을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다.

마을 중앙을 지키는 당산나무인 팽나무와 별명을 서로 부르며 정겹게 지내는 주민들의 모습은 도시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더불어 사는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게 했다.

12회에서는 교묘하게 여직원들에게 사직을 권고한 사건을 소재로 해 여성 차별 이슈를 도마 위에 올렸다.

1999년 '농협 사내 부부 해고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에피소드는 업무 능력과 별개로 내조를 강요받은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과연 과거만의 문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여성들의 연대도 눈길을 끌었다. 패소에도 재심을 준비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평등한 세상으로 진일보하고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었다.

이 밖에도 2회에서는 레즈비언 신부가 용기를 내 커밍아웃을 하는 과정을, 9회에서는 밤늦게까지 학원 스케줄에 쫓기던 어린이들이 해맑게 뛰어노는 모습을 담았다.

우영우가 매회 언급하는 고래 이야기도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왔다. 우영우는 "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이라며 수족관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동물권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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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어떻게 안 도와줘" vs "우영우는 약자가 아니다"

우영우에게 아빠나 친구 동그라미(주현영)가 완전한 '내 편'이라면, 동료 변호사 최수연과 권민우는 사회를 살아가며 마주하는 사람들로 등장한다.

최수연이 우영우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인물이라면, 권민우는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인물이다.

최수연은 '봄날의 햇살'이란 별명처럼 우영우가 회전문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허둥대면 문을 잡아주고, 재료가 눈에 보이는 김밥만 먹길 고집하는 우영우에게 구내식당에 김밥이 나오는 날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최수연이 마냥 인자하고 인간적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최수연은 우영우의 로스쿨 재학시절 별명이 '어차피 1등은 우영우'란 뜻의 '어일우'였다며, 어설픈 모습이 안쓰러워서 도와주다 보면 우영우는 1등을 하고, 자신은 뒤처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우영우를 보면 "저러고 있는데 어떻게 안 도와주냐"며 다가간다. 장애가 있으니 돌봐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에 대한 친절이자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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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권모술수 권민우'란 별명을 가진 권민우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우영우를 질투하며, 우영우가 약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권민우는 우영우에게 차에 남은 한 자리를 양보하게 되자 "우영우는 우리를 매번 이기는데,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돼.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는 늘 배려하고, 돕고, 양보해야 한다"고 소리친다.

드라마 후반에는 권민우가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사연이 공개되며,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우영우가 받는 배려가 불공정하다고 보는 입장을 대변한다. 최수연처럼 집안이 부유하지도, 우영우처럼 천재적인 능력도 없는 평범한 권민우에게는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여유가 없다.

이런 권민우의 모습은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여성 할당제에 반대하는 20대 남성들, 장애인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분노하는 직장인 등의 얼굴과도 오버랩되며 우리 사회가 약자나 소수자의 평등과 권리에 야박한 이유를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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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판타지로 메시지 전해…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다리 역할"

드라마를 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가족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변호사란 설정이 대부분의 자폐인을 대변하기보다는 지나치게 허구적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리고 인식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폐인이 위험하고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란 점을 알린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다", "자폐 아들을 키우는데 드라마 시작하고부터는 측은하다는 시선이 덜하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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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는 '우영우'가 자폐를 불행한 것으로 그리지 않고,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우영우는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어 여러분이 보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라고 담담하게 자폐를 설명한다.

또 자폐인의 특징을 반영해 헤드폰을 쓰고 출퇴근을 하고, 속 재료를 확인할 수 있는 김밥만 먹고, 고래에 대한 집착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작가가 굉장한 취재로 촘촘한 대본을 만들었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판타지를 적절하게 배합했다"며 "착한 캐릭터들의 선한 의지가 통하는 모습이 따뜻한 정서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우영우가 너무 장애인 얘기를 낭만적으로 그린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공존이나 조화를 얘기하려는 드라마가 되려면 자폐인도 비장애인과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우영우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사이에서 양쪽을 소통하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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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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