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도난방지장치 없는 일부 차종 노려
현기차, 핸들 잠금 장치 사용도 지원키로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한 현대자동차 판매전시장에서 2018년 4월 촬영한 현대차 로고. 리틀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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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를 미국 청년이 난폭하게 운전한다. 차량 내부엔 힙합 음악이 쩌렁쩌렁 울리고, 차량 열쇠를 꽂는 '키 홀’(Key hole) 주변의 플라스틱 커버는 뜯겨져 있다.
최근 ‘#kia boyz’란 해시태그를 달고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인기를 끄는 동영상의 내용이다. 미국 ABC방송은 15일(현지시간) ‘틱톡 챌린지(도전)’라는 명목으로 현대·기아차(현기차) 절도 행각을 과시하는 '놀이'가 확산되면서 미국에서 현기차 도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크루 드라이버, USB 충전기로 '시동'
기아자동차 절도범으로 추정되는 한 미국 남성이 최근 SNS에 올린 차량 사진의 '키 홀' 주변 커버가 벗겨져 있다. SNS 동영상 캡처 |
미국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는 지난달 1일 이후 현기차 도난 사고 신고 건수가 642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74건)보다 폭증했다고 밝혔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선 지난달 현기차 도난 신고가 120건 접수됐는데, 이는 다른 브랜드 차량 도난 신고 건수의 6배 수준이다.
절도범의 표적이 된 차종은 ‘푸시 스타트 버튼’이 장착되지 않은 2011~2021년형 기아차와 2015~2021년형 현대차 일부다. 해당 차종에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차량을 도난당했다 되찾은 한 피해자는 차량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에서 "절도범들이 스크루 드라이버로 키 홀 주변의 플라스틱 커버를 열고 스마트폰 USB 충전기를 이용해 시동을 걸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기차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지역 경찰서와 협력해 해당 차종 소유주들이 핸들 잠금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무단으로 시동을 거는 것을 차단하는 보안 키트를 개발해 오는 10월부터 제공하겠다고 했다.
'훔치기 쉬운 설계상 결함' 주장 집단소송 확대
그러나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량 도난 피해자들은 현기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고 있다. "차량을 훔치기 쉽게 만든 설계상 결함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현기차 소유주들은 최근 아이오와주 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주리·텍사스주의 피해자들도 연방대법원에 같은 내용의 집단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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