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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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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임영웅의 힐링보이스가 선사한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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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지막 공연을 본 소감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임영웅의 ‘IM HERO’ 서울 공연 세번째이자 전국투어 마지막 공연이 14일 오후 5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지난 101일 동안의 전국 7개 도시 투어 ‘IM HERO’(‘아임 히어로’)의 피날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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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과 인터파크 공연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 스트리밍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현장의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힘들지만, 임영웅 공연은 달랐다. 온라인으로 관람했음에도, 임영웅이 뿜어내는 땀과 열기, 감성이 그대로 전해졌다. 역시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감성장인’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임영웅은 오프닝곡 ‘보금자리’부터 엔딩곡 ‘인생찬가’까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음악에서 거대한 팬덤이 생겼음을 알게해주는 증거였다. 목소리도 최적의 상태였다. 프로페셔널다웠다. 곡마다 성대를 교체해서 나왔는지 묻고 싶을 정로로 보이스, 톤이 좋았다.

임영웅의 공연을 보면서 임영웅의 강점과 차별점 몇가지가 여전히 머리속을 차지하고 있다. 첫째, 노래 가사 하나하나의 전달력이 최고라는 점이다. 일부러 엄숙하게 부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발성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가사 내용이 귀에 착착 꽂힌다. 이는 여백을 활용하는 동양화적 가창에서는 더욱더 큰 힘을 발휘한다. 임영웅이 KBS2 주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사랑은 늘 도망가’ 등 OST 킹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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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장과 기교 없이 부르는 ‘바램’과 어쿠스틱 기타 반주만으로 부르는 ‘연애편지’는 물론이고, 1집 수록곡 ‘무지개’의 가사와 감성까지 오롯이 전해진다. ‘무지개’의 가사가 “오늘 하루 어땠었나요? 많이 힘들었나요./(중략)까만 선글라스 하나 챙겨서 떠나볼까요”로 돼있는지를 이번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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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들을 때는 울컥해진다. 고인이 되신 임영웅 아버지와 어머니, 어린 영웅이 한 사진에 담겨 있는 사진을 보니 더욱더 그러하다. ‘곱고 희던 그손으로’로 영롱하게 시작하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을 때는 눈시울이 젖어졌다. 임영웅의 휘파람 소리까지 합쳐져 노래가 주는 힘을 극대화시킨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생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래가 나오고 무대의 진행 또한 자연스럽다. 역시 1집 수록곡으로 싱어송라이터 니브(NIve)이자 153줌바스뮤직그룹 소속 작곡가인 박지수가 작사·작곡한 ‘사랑해 진짜’도 임영웅의 감정이 잘 들어간 가사전달력으로 고백 같은, 달콤하고 러블리한 노래로 자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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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임영웅은 트로트와 발라드, 댄스, 팝, 힙합, 랩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진지함과 유쾌함, 거기에 유머감각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내공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부캐(영광)를 제외하면 게스트 없이 혼자 모든 걸 이끌어나가면서도 3시간 10분의 시간이 금세 가버렸다. 그는 진행과 가창, 춤을 모두 해내고 세션을 소개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포지션으로 비유해 재미를 더했다. 물론 임영웅은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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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 임영웅은 여느 공연에서 볼 수 없는 엔터테이너적 볼거리를 선사했다. 그 첫번째가VCR로 상영돼 재미를 더한 조선로맨스사극이다. 여기서 임영웅은 수염을 달고 곤룡포를 입은 조선의 왕이 되어, 반란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중전의 복수에 나선다.

임영웅이 연기는 또 언제 배웠을까? 발성이 좋으니 연기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왕이 직접 무술실력을 보여주는 건 흔치 않다. 임영웅은 반란군 수장(한정수)을 쓰러뜨리며 새로운 세상을 여는데, 그 곳이 바로 아비안도(我備安都)다.(나 콘서트 보는 것 맞니?) 임영웅은 푸른 도포를 입고 ‘아비앙또(A bientot)’를 부르며 힙합, 랩까지 소화하며 새로움을 선보였다.

임영웅은 왕다운 톤을 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영화 ‘광해’ 대사를 따라해봤다고 했다. ‘적당히들 하시오’ ‘대체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요?’(이때 관객 대부분의 답변 ‘임영웅 나라요’) ‘고맙소!’(이에 대한 임영웅의 마무리), 이런 식으로 무대가 흘러가니 다소 오글거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재미 없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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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자신의 부캐인 ‘임영광’이 입대를 앞두고 있어 임영웅-임영광의 듀엣무대 ‘이등병의 편지’(김광석)를 선보인 것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공연을 재밌게 만들어준 활력소였다. 공연 기술팀에서 알바로 일했던 부캐 ‘임영광’이 말하는 톤은 ‘임영웅‘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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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임영웅은 엔딩요정이라는 점이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표정을 다양화하며 표정천재 면모를 보여주었다. ‘무지개’에서는 뮤지컬 배우처럼 댄스 실력을 뽐내며 멋진 엔딩포즈를 잡았다. 그는 다음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댄스곡이 어떨까 하고 생각만 해봤다고 했다. ‘머나먼 고향’이 끝나고 보여준 엔딩 포즈는 너무 웃겼다. 그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을 보여주었다.

임영웅은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팬덤인 ‘영웅시대’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거듭 강조했다. 노래를 부르다 땀을 계속 흘리면서도 수시로 관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눈을 맞추고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시’와 손까지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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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콘서트에는 8살부터 102세까지 관객으로 온다. 모든 나이대가 다있다. 10대~90대는 항상 관객석에 자리를 잡는다. 힘들어도 ‘영웅’님 덕분에 마음이 풍성해지기에 공연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임영웅은 “이런 콘서트가 있을까요? 제가 자부심을 갖게 되는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은 여러나라에서 접속해 임영웅과 함께 했다. 새벽 4시에 보고있다는 외국 거주 관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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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은 트로트를 좀 더 넓게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트로트를 고급지게 불렀다. 그는 구세대의 트로트에 바탕한 ‘한’(恨)과 젊은 세대의 네오 트로트에 담긴 ‘흥’(興)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뛰어넘어 어느 세대에게나 통할만한 무드를 만들어냈다.

임영웅은 “영웅시대 여러분과 인생과 삶을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면서 “제가 좀 더 큰 우주가 돼야겠습니다. 여러분을 다 품기엔 모자랍니다”라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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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곡으로 이적이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부르고 다시 만날때까지 ‘건행’을 약속했다. 연보라색 의상에 귀여운 반바지를 입고 다시 나타난 임영웅은 앵콜곡으로는 ‘파도’ ‘슬퍼하러 하기 전에’ ‘바다의 왕자’ ‘천생연분’ 등 댄스 메들리로 흥을 돋우었고, 앵콜 대미는 ‘인생찬가’를 불러 영웅시대의 삶을 위로하며 안녕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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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은 오는 연말 깜짝 선물을 남겼다. 오는 12월 ‘아임 히어로’ 앙콜 콘서트를 부산 벡스코(12월 2~4일)와 서울 고척스카이돔(12월 10~11일)에서 연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임영웅이 체조경기장에서 고척돔으로 간다는 것은 최고의 가수가 됐음을 의미한다.

‘영시’(영웅시대)중 누군가가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연말 피케팅 성공 백일 기도 들어감” 나도 다음번 임영웅 공연은 무조건 ‘직관’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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