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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4년간 3G→이적 후 두달간 21G…반전의 이채호, KT '히든카드'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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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암 전설 이강철 감독 조련 아래 경쟁력↑…ERA 1.61 쾌투

"경기 많이 나서니 자신감 높아져…형들 지칠 때 자리 메워야"

뉴스1

KT 위즈 이채호. (KT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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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 데뷔 후 4년간 치른 1군 경기는 단 3경기. 하지만 KT 위즈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2개월 여동안 나선 경기가 무려 21경기. 놀라운 반전이다. KT 위즈 사이드암 이채호(24)의 이야기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55순위로 SK(현 SSG)의 지명을 받은 이채호는 지난해까지 좀처럼 1군에서 볼 수 없는 투수였다. 입단 첫해인 2018시즌을 마치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전역한 첫 시즌인 지난해에야 1군에 데뷔해 단 3경기를 치렀을 뿐이었다.

올 시즌에도 SSG의 강한 투수진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던 이채호는 지난 5월22일 SSG 랜더스에서 KT로 트레이드 됐다. 반대 급부는 좌완 정성곤(26)으로, 트레이드 당시로만 본다면 1군 150경기를 치른 정성곤보다 훨씬 '무명'에 가까운 투수였다.

그런데 트레이드 이후에는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성곤이 1군에서 단 2경기만 던진 뒤 2군으로 내려간 반면, 이채호는 6월 이후 붙박이 1군 선수로 자리 잡으며 지금껏 21경기에 나섰다.

13일 현재까지 이채호의 성적은 21경기에서 22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1.61. 피안타율은 1할대(0.192)이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이 채 되지 않는 0.94다. 성적만 본다면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특급 불펜'이다.

이채호 본인 스스로도 이같은 현실이 꿈만 같다고. 그는 "프로 오면서 잡은 목표가 1군에 오래 있는 것이었다. 트레이드 된 후 많은 경기에 나서며 성적까지 잘 나오니 정말 좋다"며 웃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나 '마음가짐'이다. 팀에서 꾸준하게 기회를 주면서 신뢰를 보여주자 선수 역시 좀 더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판이 깔렸다.

이채호는 "아무래도 경기에 많이 나가다보니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면서 "실전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형들이 조언도 많이 해주고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멘탈이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KT라는 팀 자체가 사이드암 유망주가 성장하기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사령탑이 사이드암의 전설인 이강철 감독으로, 그는 현역 시절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리는 등 통산 152승으로 KBO리그 역대 다승 4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팀의 에이스인 고영표 역시 사이드암 투수이고, 5선발과 롱릴리프를 넘나드는 '마당쇠' 엄상백 역시 이채호에겐 훌륭한 롤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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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이채호. (KT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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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호 역시 KT로 이적하면서 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배 투수들과 포수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강철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SSG에서 타점을 바꿔보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사실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적 후 감독님께서는 '너가 편한대로 던져라'고 하셨다. 대신 뒷 다리는 좀 더 길게 가져가라고 하셨는데, 골반 활용이 좋아지면서 공 무브먼트가 살아났다. 큰 도움이 된 조언이었다"고 말했다.

나갈 때마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다보니 활용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적 후 첫 몇 경기동안은 팀이 뒤지고 있거나 큰 점수차로 앞설 때 등 '추격조'의 역할로 등판했지만, 7월 이후로는 1~2점차의 긴박한 상황이나 동점 상황에서도 등판하는 등 사실상 '필승조'와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도 6월 이후 반등하며 순위를 끌어올린 데 이채호의 공이 적지 않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여름에 들어서며 주권과 김민수 등 필승조가 지치는 타이밍이 왔는데, 이채호가 그 자리를 훌륭히 메워준 덕에 잘 버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원래 긴장이 많은 스타일'이기에, 필승조로서의 역할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야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채호에겐 즐거운 도전 과제로 느껴진다고.

이채호는 "확실히 중요할 때 나가면 긴장감이 다르다"면서 "그래도 한 점도 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스스로도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필승조'에 가깝지만, 이채호는 자리에 상관없이 팀에 보탬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리는 어차피 욕심을 낸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면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다른 형들이 지치는 상황이 왔을 때 내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팀도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목표는 아니지만, 프로 선수로서 최종적인 목표는 역시나 선발 투수다. 고영표나 엄상백처럼 믿음을 주는 투수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있다.

이채호는 "지금 당장은 보직을 신경 쓸 위치가 아니지만, 언젠가는 (고)영표형이나 (엄)상백이형처럼 선발투수로 한 몫을 하고 싶다"면서 "경기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 길게 이닝을 끌어주는 좋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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