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대통령 "대만 사태 계기로 양국 관계 중요성 깨달아"
동맹 강화 및 무역·에너지 협력 방안도 논의
지난 5일 밤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동남아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인 필리핀을 방문했다.
6일 현지 매체인 ABS-CBN 등에 따르면 블링컨은 전날 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뒤 이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예방했다.
블링컨은 이 자리에서 "양국의 동맹 관계는 굳건하며 더 강해질 것"이라면서 "미국은 수십년 지속된 상호방위 조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르코스는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 군사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만의 상황을 통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면서 "블링컨 장관이 적절한 시기에 필리핀을 방문했다"고 화답했다.
마르코스는 또 "이번 사태는 해당 지역에 조성된 갈등의 강도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블링컨은 이날 마르코스와 에너지·무역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또 민주적 가치의 공유 및 인권 보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블링컨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중인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화상 회의를 했다.
마날로 장관은 양국 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대만 해협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위기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책임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은 전날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에 참석한 뒤 필리핀으로 향했다.
대만에서 260㎞ 가량 떨어진 필리핀은 동남아의 군사·경제적 요충지로 미·중 양강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특히 필리핀과 미국은 전통적인 동맹이지만 전임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줄곧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난하는 한편 중국에는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양국 관계는 순탄치 않은 기조를 유지해왔다.
미 국무장관이 필리핀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두테르테 당시 대통령을 예방한 이후 처음이다.
이에 앞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6일 마르코스 대통령을 예방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하자 마르코스도 우호적인 해결 방법을 찾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한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2일 밤 대만을 전격 방문하자 중국이 이에 반발해 대만 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양국 간에 첨예한 긴장이 조성됐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전날 캄보디아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실시한 군사 훈련에 대해 "심각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 대화 채널을 일부 단절하고 기후변화 협력 중단을 선언하는 한편 펠로시 의장에 대한 제재에도 착수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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