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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잇단 악재 속 '아프간 철군' 1주년까지… 바이든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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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진영 "무책임한 철군 결정 사죄·반성을"

철군작전 도중 희생된 군인 13명 추모 고조

우크라 전쟁, 미·중 충돌 등 악재에 '설상가상'

오는 31일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으로 철군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비판적인 진영에선 “1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당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철군을 황급히 단행하던 미군이 심각한 인명피해를 입은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사죄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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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으로 관저에 격리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집무실 말고 다른 공간에서 대국민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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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위협과 양안 갈등 증폭으로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인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안보팀으로선 다가오는 아프간 철군 1주년이 달갑지 않아 보인다.

5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선 “아프간 철군 1주년을 백악관은 어떻게 기념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해당 기자는 철군작전 도중 전사한 미군 13명의 추모 계획도 물었다.

아프간 카불공항에서 막바지 철군작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26일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자살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이 희생된 일을 거론한 것이다. 13명 가운데 11명이 해병대원으로 그중 2명은 여성이었다. 그밖에 육군과 해군 병사가 1명씩 목숨을 잃었다.

답변에 나선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및 서민들의 생활고, 여기에 최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서 비롯한 미·중 갈등 격화 등 말 그대로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꼭 1년 전 미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린 아픈 기억마저 다시 부상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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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여사가 2021년 8월29일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테러 전사 군인 13명의 관이 운구되는 모습을 가슴에 손을 얹고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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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대변인은 “작년 이맘때 대통령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는 말로 운을 뗐다.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한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2000명 이상의 미군이 숨진 사실을 거론하며 “대통령은 우리 군대를 집으로 데려와 위험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라고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 결정을 옹호했다.

최근 미군이 아프간 카불에서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사살한 것도 언급했다. 알카에다는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아프간은 더 이상 테러리스트들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지난주의 일(알자와히리 사살)을 통해 대통령은 미국이 꼭 해야 할 임무는 계속할 것이란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희생된 미군 13명에 대해선 “조국에 봉사하고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1주기에 해당하는 26일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경건한 애도 메시지를 발표할 것임을 암시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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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최근 미국이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사살한 것에 항의하는 반미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카불=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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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전 세계를 향해 “미국이 (국제사회에) 돌아왔다”고 자랑스럽게 외쳤다. 하지만 미국은 곧장 아프간에서 굴욕적 철군을 단행했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지 못 했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에선 참혹한 전쟁이 5개월 넘게 진행 중이다. 최근 펠로시 의장은 백악관의 우려와 만류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했고 이는 대만해협의 군사적 위기 고조, 그리고 미·중 갈등의 첨예화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외교안보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기록한 실점이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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