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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징역 9년'…러시아, 美 '여자 농구선수' 재판 꿍꿍이[U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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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임동욱 특파원] 미국 여자 농구스타 브리트니 그리너가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불법 마약 밀반입 시도 혐의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팽팽한 지정학적 대결에서 그리너가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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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basketball player Brittney Griner, who was detained at Moscow's Sheremetyevo airport and later charged with illegal possession of cannabis, is escorted after the court's verdict in Khimki outside Moscow, Russia August 4, 2022. REUTERS/Evgenia Novozhenina /사진=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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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법원 "액상 대마 소지, 징역 9년"

4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 등 미 현지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힘키시 법원의 안나 소트나코바 판사는 그리너(31)에게 징역 9년과 벌금 100만 루블(약 1만6400달러·한화 약 2145만원)를 선고했다. 법원은 그리너가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를 인정하고 반성했고, 건강 상태 및 자선 활동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리너는 이날 법정 최후진술에서 불법 행위를 사과하고, 급하게 짐을 싸면서 발생한 실수로 러시아의 법을 어길 의도가 없었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나 러시아 재판부는 그리너가 고의적으로 마약을 러시아로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그리너의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은 변론의 모든 증거를 완벽하게 무시했고 완전히 불합리적"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피닉스 머큐리의 스타 플레이어인 그리너는 비시즌 기간 동안 러시아 농구팀 UMC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뛰기 위해 지난 2월17일 모스코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러시아 세관원들은 그리너의 짐을 검사했고, 1그램 미만의 하시시(대마초) 오일이 들어있는 2개의 액상 카트리지를 적발했다. 결국 그리너는 상당량의 금지 약물을 러시아로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리너의 변호사들은 "그리너가 의료용 대마초를 사용한 적이 있다"면서 대마 사용이 합법인 미국 애리조나에서 짧은 휴식 기간 부상에 따른 심각한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에 의해 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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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basketball player Brittney Griner, who was detained at Moscow's Sheremetyevo airport and later charged with illegal possession of cannabis, drinks water inside a defendants' cage after the court's verdict in Khimki outside Moscow, Russia August 4, 2022. REUTERS/Evgenia Novozhenina/Pool /사진=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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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는 그리너의 체포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일주일 전에 이뤄진 점에 주목한다. 협상 카드를 얻기 위한 러시아의 '작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법원이 지명도가 높은 외국인에게 더 가혹한 처벌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2020년 러시아 법원은 전직 미 해병대원인 트레버 리드에게 유죄 판결하고 해당 범죄에 대한 최고형인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리드는 이후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러시아 조종사와 교환됐다.


미국 정부 협상 나서…징역 25년 받은 '죽음의 상인'과 교환 제안

바이든 행정부는 그리너의 석방을 위해 러시아와 협상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그리너와 러시아 내 구금돼 있는 다른 미국인들의 석방을 러시아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 측은 유죄판결을 받은 무기거래상 빅토르 바우트를 그리너와 러시아에 수감중인 다른 또 다른 미국인 폴 휠런과 교환하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미국 국민 살해 음모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우트는 징역 25년형을 받고 미국에 수감 중이다. 당시 법무장관이던 에릭 홀더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거래하는 상인 중 한 명"이라고 불렀다.


바이든도 "즉각 석방하라" 촉구…러시아 "협상은 신중해야"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 국민인 브리트니 그리너가 러시아 측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러시아는 그리너를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나는 러시아가 그녀를 즉시 석방해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우리 행정부는 가능한 빨리 브리트니와 폴 휠런을 집으로 안전하게 데려올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교환 가능성에 대한 협상은 신중해야 한다"며 "메가폰 외교와 여론 교환에 의한 시도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팀인 피닉스 머큐리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 자매 BG가 168일간의 악몽을 견뎌낸 중대한 사건"이라며 석방 협상을 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 측에도 감사와 신뢰를 나타냈다. 이어 "우리는 그녀가 안전하게 미국 땅에 돌아올 때까지 공개적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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