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20을 뛸 때 2m30을, 2m30이 넘기 전에도 2m35를 바라본 우상혁"
우상혁과 그의 은사 윤종형(왼쪽) 코치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우)상혁이는 2m30을 넘지 못할 때도, 2m35를 뛰겠다고 자신했습니다."
윤종형(65·대전육상연맹 실무국장) 신일여고 코치는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실내 2m36, 실외 2m35를 넘었으니 2m38, 2m40을 뛰겠다는 상혁이의 말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요."
윤종형 코치는 3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육상연맹 2022 세계육상선수권 포상금 수여식'에서 우상혁과 함께 무대에 섰다.
대한육상연맹은 지난달 19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실외)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뛰어 은메달을 목에 건 우상혁에게 상금 5천만원을 안겼다.
우상혁은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20㎞ 경보에서 3위에 오른 김현섭(현 삼성전자 코치)을 넘어 한국 육상의 역대 세계(실외)선수권 최고 성적을 거뒀다.
대한육상연맹은 현재 우상혁과 함께 뛰는 김도균 육상대표팀 수직도약 코치(1천250만원)와 우상혁을 발굴한 윤종형(250만원) 코치도 포상했다.
윤 코치는 "내가 2019년까지 대표팀 코치로 일했다. 지금도 상혁이와 자주 연락은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만난 건 3년 만이다. 상혁이 덕에 귀한 상을 받았다"고 웃었다.
우상혁 발굴한 윤종형 코치 |
윤종형 코치는 우상혁을 '높이뛰기'로 이끈 은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오른발을 다친 우상혁은 '달리기'가 좋아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졸라 육상부에 들어갔다.
당시 대전 중리초등학교 지도자였던 윤 코치는 "상혁이 아버지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얘기를 하면서 '그래도 뛰고 싶다는 데 부모가 어떻게 말리겠습니까'라고 하더라"고 떠올리며 "이제 모든 분이 아시는 것처럼 상혁이는 오른발이 왼발보다 1㎝ 덜 자랐다. 트랙에서는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높이뛰기를 권했다"고 했다.
이어 "높이뛰기에서도 양발 길이가 같은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이 훈련해야 했다. 지금은 188㎝까지 키가 컸지만 중학교 때 160㎝가 겨우 넘을 정도로 키도 작아서 불리하기도 했다"며 "상혁이는 승리욕으로 더 많은 훈련을 버텼다"고 덧붙였다.
윤 코치의 말처럼 우상혁의 최대 무기는 의욕이었다.
그는 "상혁이는 2m20을 뛸 때 2m30을 목표로 잡았고, 2m30을 아직 넘지 못할 때도 2m35를 뛰겠다고 했다. 당시 한국기록(1994년 이진택의 2m34)을 경신하겠다는 의욕이 넘쳤다"며 "솔직히 나도 2m35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국 해내더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상혁, 값진 은메달 들어보이며 |
우상혁은 2013년 세계청소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m20을 뛰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세계주니어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는 2m24를 뛰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면서 우상혁의 자신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2017년 2m30을 뛴 뒤 기록이 정체하면서 좌절감도 느꼈다.
윤종형 코치는 "나도 상혁이에게도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뒤에는 부상까지 겹쳤다"고 곱씹었다.
우상혁은 다시 일어났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2m3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최고인 4위에 올랐고, 올해에는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우승(2m33), 세계실외선수권 2위(2m35)의 낭보를 연이어 전했다.
윤 코치는 "상혁이에게 높이뛰기를 권한 건 나지만, 결국 큰일을 해낸 건 상혁이 자신이다. 여기에 김도균 코치가 기술적, 정신적으로 상혁이를 성장시켰다"며 "세계적인 선수가 된 상혁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했다.
우상혁 세계육상선수권 은메달 포상금 수여식 |
우상혁은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2024년 파리올림픽 우승을 향해 다시 뛴다.
윤종형 코치는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무타즈 에사 바심이 여전히 현역 최고이긴 하지만, 바심은 상혁이보다 5살이나 많다. 2024년 파리에서는 상혁이가 금메달을 노려볼 만 하다"며 "도쿄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서지 못한 건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그러나 그때의 아쉬움이 상혁이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파리에서는 꼭 금메달을 땄으면 한다"고 바랐다.
윤 코치와 우상혁의 만남은 한국 육상의 역사를 바꿨다.
그는 "상혁이 덕에 한국 육상 유망주들이 국내 무대가 아닌 세계 무대를 바라본다"며 "당장 높이뛰기에서 고교 2학년생인 최진우(17·울산스포츠과학고)가 2m23을 뛰었다. 여자 고등부에도 좋은 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윤 코치는 대전 신일여고에서 높이뛰기 선수 김지연(17)을 가르치고 있다.
김지연은 올해 4월 22일 전국종별육상경기대회에서 1m76의 올 시즌 고교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윤 코치는 "상혁이가 만든 텃밭에서 유망주들이 자라고 있다. 제2의 우상혁, 제3의 우상혁이 계속해서 탄생했으면 한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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