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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이슈 '템파베이' 최지만 MLB 활약상

"최지만도 있는데…국가대표 다시 뽑힐까요" WBC 향한 박병호의 시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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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3년 만에 30홈런을 치며 국민 거포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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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30홈런 고지를 밟은 박병호(36·KT)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 거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홈런 숫자를 일찌감치 채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둘러싼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 저하로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컸다.

2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만난 박병호는 “홈런 타자라고 하는 수식어가 30홈런이 기준이 되는데 앞선 몇 년간 못했다”면서 “올해 목표를 크게 세우지 않았지만 오랜 만에 30홈런을 쳐서 개인적으로 기뻤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에 특별히 몇 개를 더 쳐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홈런이 일찍 나온 덕분에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남은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추가적인 홈런이 나와도 감흥이 크게 없을 것이라던 그는 ‘40홈런을 쳐도 덤덤할 거 같은가’라는 질문에 “그건 또 앞에 숫자가 달라지는 부분이라 또 한번 기쁘긴 할 것”이라며 웃었다.

전성기 시절인 2014년과 2015년 50홈런을 펑펑 터뜨렸던 박병호는 2020년 21홈런, 2021년 20홈런에 그쳤다. 그 결과 지난 시즌 종료 후 원소속팀 키움과 자유계약선수(FA) 협상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고, 3년 30억원을 제시한 KT와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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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수원 키움전에서 9회말 투아웃에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는 박병호.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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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 새 둥지를 튼 박병호는 5월과 6월에 특유의 몰아치기로 22홈런을 터뜨렸다. 7월 초에는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1개 밖에 생산하지 못하다가 올스타전 휴식기를 보낸 이후 26, 27일 키움전에서 3개를 폭발시켰다. 특히 27일 30번째 대포는 9회말 투아웃 역전 끝내기 홈런이라 짜릿함이 극대화됐다.

7월31일 LG전, 8월2일 NC전 우천 취소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선 3일 NC전에서도 3-0으로 앞선 5회 쐐기 3점포(31호)에 이어 6회 또다시 3점 홈런(32호)을 날려 개인 통산 13번째 연타석 홈런을 장식했다.

박병호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휴식기 이후 한화전, 키움전, LG전에서 괜찮아졌다”고 돌이켜봤다. 다만 KT 간판타자 강백호의 부상 이탈로 1루 수비 대체 자원이 없어 당분간 체력 소모가 불가피하다. 박병호는 “팀을 생각했을 때 조금 힘들어도 수비를 하면서 타격에 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올해 완벽한 부활을 알린 박병호의 활약이 시즌 끝까지 계속되면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승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직도 KBO리그에선 36세 박병호를 능가할 만한 1루수 오른손 거포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WBC 대표팀 사령탑이기도 한 이강철 KT 감독은 “기술위원회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현재 리그 전체적으로 대형 타자들은 거의 다 왼손이다. 거포를 떠나 1루수 포지션만 봐도 오른손이 없다. 그런데 박병호는 오른손에 수비도 수준급이다. 올해 성적까지 뛰어나다”며 대표팀 발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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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끝내기 홈런을 치고 타구를 바라보는 박병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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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병호는 신중하다. 그는 “WBC 대회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고, 최지만(탬파베이)도 있어 다시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2017 WBC 때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인 2016시즌 부진과 손목 부상이 겹쳐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바 있다. 박병호는 “그 당시엔 WBC 출전 경험이 없어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다른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쉬움은 분명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재는 WBC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 4위 KT는 7월에 압도적인 1위 SSG(16승3패) 다음으로 좋은 성적(13승4패)을 거둬 후반기 상위 팀들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박병호는 “상위 팀들이 워낙 강해서 승차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중심타자로 역할을 잘했던 것 같다”고 ‘셀프 칭찬’을 하더니 곧바로 “잘했나 모르겠네요”라고 말을 바꾸며 쑥스럽게 웃었다.

창원=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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