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 당시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있었던 건물의 위성 사진 |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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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9·11 테러의 주범이자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살한 데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테러 근절을 위해 맺어진 도하협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미국과 탈레반 사이에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건때문에 탈레반이 미국에 각을 세우며 극단주의 세력을 공개적으로 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알자외히리 사망이 알려진 뒤 미국에서는 아프간에서 그가 보호받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도하협정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앞서 탈레반은 2020년 2월 미국과 카타르 도하에서 맺은 평화협정에서 아프간이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활동 무대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알자와히리를 숨겨준 것을 보면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아프간 내 테러 단체의 성장과 이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들은 앞서 아프간에서 철수하기 전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단체들이 아프간 지역에서 세력을 모아 2023년까지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공습으로 알자와히리는 제거됐으나, 탈레반이 극단주의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어 향후 이 지역에서 테러단체가 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식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미군의 공습으로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의 중심에 9·11 테러 핵심 모의자를 보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탈레반 신생 정부에 분수령이 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통치력의 한계를 절감한 탈레반 지도부가 최근 국제사회에서 다시 여러 유화 메시지를 내놓는 상황이었으나, 테러 단체들과의 관계가 다시 확인되며 정상 국가로 도약하려는 시도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탈레반 집권 이후 내부 상황이 수습되길 기다리던 아프간 국민들도 이번 사건으로 뒤숭숭해진 분위기다. 미국이 자와히리를 제거한 셰르푸르 지역의 한 주민은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 1년 내내 일자리도 사업도 없었지만 적어도 전쟁은 끝난 상태였다”라며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보안은 잘 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번 공격이 일어나며 모두가 다시 겁에 질렸다”고 말했다.
서방에선 이번 사건으로 테러 예방에 역풍이 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탈레반이 미국과 각을 세우며 극단주의 세력을 공개적으로 포용하는 길을 터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인 미국평화연구소의 이슬람 극단주의 전문가 아스판디아르 미르는 WP에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다른 지하드(이슬람 성전) 조직과의 관계는 여전히 매우 강하다”라며 “탈레반은 현재 깊은 정치적 곤경에 빠진 상태이며 보복에 대한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테러 조직원들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직접적인 복수를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알자와히리의 사망 이후 알카에다나 이 계열 테러조직들의 지지자들이 미국의 시민들과 시설들을 공격하려 할 수 있다”며 반미 테러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백악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알자와히리가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드론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공습 당시 알자와히리는 탈레반의 고위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이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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