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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치하 1년] ② 국제사회 인정은 아직…막후선 미중 영향력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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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자연재해까지…국제사회 인도적 지원 늘어

에너지가격 급등에 석탄 수출 증가…경제난 타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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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집을 보는 아프간 어린이들
6월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동남부 파크티카주 마을 어린이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주택가를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1년이 다 됐지만, 국제사회는 아직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친서방 정부를 쫓아내고 집권한 탈레반을 인정하자니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질서 구축과 인권침해 등 수많은 논란에 휩싸인 탈레반에 굴복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다.

유엔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기구들도 이미 무너진 전 정부를 여전히 아프간의 공식 정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외교에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중국 등 열강들도 아프간의 지리적 중요성을 고려해 영향력 확대를 위한 물밑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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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돈줄 끊기고 자연재해까지…인도적 지원 모색

탈레반 집권 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아프간에 대한 원조를 끊었고 90억 달러에 이르는 자국 내 아프간 정부 자금도 동결했다.

여기에 계속되는 가뭄과 대규모 지진까지 이어지면서 아프간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탈레반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프간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탈레반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해 말 카타르 도하에서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 몇 차례 접촉하며 경제난, 인권 문제 등을 논의했으며 지난 1월에는 노르웨이 정부의 초청으로 노르웨이를 방문,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구권 국가와 연쇄 회담을 했다.

탈레반 재집권 후 수도 카불을 떠났던 EU는 구호품 전달과 인도주의적 실태 점검을 명분으로 카불에서 외교 업무를 재개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아프간 남동부에서 대지진이 발생하며 1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탈레반은 이례적으로 외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며 국제사회의 지원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중국과 미국 등의 대표단이 모여 아프가니스탄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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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정부 외교장관 대행
3월 2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정부 외교장관 대행이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 외교부 대변인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중, 일대일로 요충지 아프간에 구애 손짓…미국도 동결자산 해제 협상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아프간은 국제무대의 외톨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은 서아시아 요충지에 있는 아프간의 지리적 강점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외교 공세에 나서고 있다.

아프간과 국경이 연결된 중국에 아프간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핵심 지역이다.

특히 미국이 철수하면서 지금을 아프간에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대지진 때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먼저 원조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지난달에는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정부 외교장관 대행과 만나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한 아프간 재건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이 아프간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미국도 과거 영향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아프간에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탈레반 재집권하자 미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아프간 정부 자산 70억 달러(약 9조1천억 원)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 중 일부를 아프간 경제 안정에 활용하겠다며 탈레반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러시아와 인도 등 아프간과 국경에 인접한 강대국들도 아프간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현재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대사관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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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물품 옮기는 아프가니스탄 주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석탄 수출에 집중…중국과 광물 투자 협력 확대

탈레반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교역 확대에도 애쓰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으로의 석탄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수출을 늘리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탈레반 재무부는 "지난 6개월 동안 160억아프가니(약 2천270억원)어치의 석탄을 수출했으며 이를 통해 30억아프가니(약 425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였다"며 석탄 수출 관련 세수가 이전 정부 시절보다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심각한 경제난 상황에서 석탄 수출이 재정 확충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준 셈이다. 탈레반은 세수를 더 늘리기 위해 석탄 수출세도 20%에서 30%로 올렸다.

탈레반 정부는 석탄 외 구리 등 다른 광산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아프간에는 리튬, 철, 구리 등과 희토류가 막대한 규모로 매장돼 있다. 특히 리튬 매장량은 세계 최대 수준인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아프간은 아직 탐사되지 않은 1조달러(약 1천300조원) 규모의 광물 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민간 기업을 통해 광물 투자 등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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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너머로 아기 건네는 아프간 주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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