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여고 4명, ‘만화 고시엔’ 1위
30년 역사 창작 만화 그리기 대회, 올해 전세계 179개교 출전해 경쟁
“험악해보여도 친절한 남성 그려… 내면이 중요하다는 메시지 담아”
日 “만화에는 국경이 없다” 축하
지난달 31일 일본 고치현 고치시에서 열린 ‘만화 고시엔’에 화상으로 참석한 전남여고 학생들. 왼쪽부터 이채은·김혜령·송의연·김서영 학생이 수상 결과가 나오자 작품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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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만화 고시엔(甲子園) 최우수상 수상교는 전남여고!”
‘만화 왕국’ 일본에서 열린 고등학생 만화 경연대회에서 한국 여고생들이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일본 고치현 고치시에서 개최된 ‘만화 고시엔’에서 전남여고가 1위를 차지,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 화상으로 참석한 4명의 전남여고 학생들(이채은·김혜령·송의연·김서영)은 수상 결과가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감싸쥐고 눈물을 흘리는 등 기뻐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너무 영광”이라며 “이 기쁨을 가족,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다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끝 인사를 했다가, 일본어로 “아차, 아리가토고자이마스!”라고 재차 말하는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송출되면서 현지 장내에 있던 관계자들이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만화 고시엔’은 일본 고치현이 문화청 등의 후원을 받아 1992년부터 매년 개최 중인 대회다. 일본에서는 통상 고교생들끼리 경쟁하는 대회를 ‘고시엔’으로 부른다. 일본·한국·싱가포르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고등학생들이 일정한 주제 아래 B2용지 한 장 분량의 창작 만화를 그려 경쟁한다. 고치현은 ‘호빵맨’의 작가 야나세 다카시(1919~2013)를 배출하는 등 ‘만화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이 대회는 현지에선 “오사카에 ‘야구 고시엔’이 있다면, 고치에는 ‘만화 고시엔’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화 마니아들 사이 널리 알려져 있다. 앞서 2017년 대회에선 한국 전남예술고 학생들이 1위를 차지했다.
이날 결승전의 주제는 ‘친절한 세계’였다. 179곳의 출전교 중 결승에 오른 20곳의 고등학생 팀들은 주어진 주제에 따라 5시간 30분에 걸쳐 작품을 완성시켰다. 전남여고는 한국 여학생들이 일본의 한 전철역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문신을 한 남성이 다가오자 “일본 야쿠자다…!”라며 겁을 먹었다가, 이내 남성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면서 안심하는 모습이 담긴 단편 만화를 그려냈다. 학생들은 “’사람을 외모가 아닌 내면의 모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남여고 학생들은 비슷한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을 계기로 친해졌다가, 지난 5월 만화 고시엔의 예선 공고를 보고 팀을 꾸리게 됐다. 2위를 차지한 일본 도치기여고는 이번 대회가 15번째 출전이었던 반면, 전남여고의 출전은 처음이었다. 리더 김서영양은 “출전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는데, 꿈도 못 꿔본 큰 상을 받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학생 4명은 모두 만화 관련 전공을 목표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겐 최우수상 상금 30만엔과 메달, 기념 컵, 물감 등 상품이 주어질 예정이다.
생방송으로 전남여고의 수상을 지켜보던 일본 네티즌들은 “만화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 만화의 성장세가 굉장하다”는 등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전남여고 학생들은 “기회가 되면 일본에 꼭 방문해 함께 출전한 학생들과 모두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대회 준비를 지도한 전남여고 오윤숙 선생님은 본지 통화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 아쉽게 대회장을 직접 찾진 못했지만, 학생들이 축제에 참가하듯 즐겁게 임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했다”며 “최우수상까지 받게 돼 기쁘고, 이번을 계기로 학생들이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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