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만화와 웹툰

한한령 유지한 채 한국 원작 재미보는 중국···리메이크 이어 웹툰 원작 영화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화 '두싱웨추', 개봉 사흘만에 1930억원 수익

조석 웹툰 '문유' 원작, 첫 韓 웹툰 원작 中 영화

드라마, 영화 중국서 리메이크 바람 거세게 불어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한령 이후 국내 영화나 드라마의 중국 진출이 꽉 막혔으나 오히려 중국은 한국 콘텐츠를 활용해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리메이크 해서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까지 선보이며 관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국 작품의 정상 유통은 막은 채 양질의 콘텐츠를 활용해 재미를 보겠다는 욕심은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중국 영화 예매 사이트 먀오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봉한 조석 작가의 ‘문유’를 원작으로 한 영화 ‘두싱웨추(?行月球)’가 개봉 사흘만에 박스오피스 수익이 10억 위안(약 1932억 원)을 돌파했다. 개봉 첫날에만 3억 위안을 돌파한 박스오피스 수익은 주말 동안 관객들이 증가하며 빠르게 늘어났다. 영화의 관객 수는 이미 2000만 명을 넘어서 흥행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일 중국 영화관 18만7700곳에서 상영을 시작해 이날 10시 현재 상영관이 20만3120곳에 달하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두싱웨추는 중국 영화 개봉 첫날 상영관 수로 기존의 ‘당인가탐안 3: 밀실 살인사건’의 18만7600곳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싱웨추는 국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중국 최초의 영화다. 원작인 문유가 중국에서 두싱웨추라는 이름의 웹툰으로 먼저 소개됐고 약 2년 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영화가 제작됐다.

서울경제



조석 작가의 문유를 토대로 달에 홀로 남은 남자 주인공의 우주 적응기와 탈출 등을 다뤘다. 중국이 최근 강점을 보이고 있는 우주굴기를 담고 있는 내용으로 코믹 요소까지 더해 남녀노소 관계 없이 영화관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영화에선 원작에 없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일부 포함됐다. 두싱웨추는 중국 미디어 비평 전문 사이트 ‘도우반’에서 평점 7.0점을 유지하며 완성도 부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 2016년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이후 한국 영화·드라마·게임 등의 콘텐츠의 수입을 허락하지 않는 이른바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6년여 만에 영화 ‘오! 문희’가 개봉하고 올해 들어 한국 드라마가 잇따라 방영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한한령이 없어졌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원작을 수입해다가 트는 것이 원활하지 않자 중국에선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판권을 수입해 리메이크 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완성된 콘텐츠를 그대로 방영하는 것보다 중국의 정서에 맞춰 현지화하는 것이 중국에도 유리하고, 활로 모색을 위해 지식재산권(IP)을 수출하려는 국내 업체의 전략도 맞아 떨어졌다.

중국은 자국 드라마는 물론 해외 드라마나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비율이 높다. 특히 한한령 이후 문화 교류가 사실상 차단된 이후 한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리메이크 한 중국 드라마가 적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2019~2022년 중국 리메이크 드라마의 해외 원작 중 한국 드라마가 5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일본 드라마가 23%, 기타 국가가 22%로 나타났다.

서울경제



일찌감치 중국 내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았고, 정상 경로가 아닌 불법 다운로드 등을 통해서도 한국 드라마가 여전히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흥행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중국에서 정상 유통되지 않고 있음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 사드 사태 이후인 2017년 이후만 해도 ‘왔다 장보리’, ‘청춘시대’, ‘시그널’, ‘미생’ 등 10여편의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리메이크 됐다. 콘진원 관계자는 "한한령과 같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리메이크 여부를 대외비로 하고 있는 작품도 상당수여서 실제로는 이것보다 20~30%는 더 많을 것으로 유추된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메이크 제작 편수는 적지만 영화도 최근 꾸준하게 한국 원작이 중국에서 새로운 각색을 거쳐 재탄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후로만 11편이 리메이크 됐는데,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콘진원에 따르면 ‘플랜맨’이 8억6500만위안(약 1670억원)으로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 중에 가장 높은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유아인 주연으로 한국에서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베테랑’을 리메이크 한 ‘대인물(大人物)’은 3억8100만위안(약 736억원)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IP 수출을 통해 한국의 원작이 중국에서 새로운 콘텐츠로 태어나거나 원작과 다른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문제는 중국에서 정식 계약 없이 내용을 표절하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웹툰 ‘목욕의 신’이 중국 영화 ‘목욕의 왕'으로 뒤바뀐 것이다. 당초 목욕의 신은 한중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에서 영화로 만들 예정이었다. 이후 중국 투자 배급사였던 완다 측이 경영난 등으로 투자를 철회했으나 웹툰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한 영화가 개봉됐다. 만약 이 영화가 원작을 목욕의 신으로 밝혔다면 이번 두싱웨추보다 앞서 중국 최초로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