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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HI★초점] 가상인간 붐, K팝 시장서는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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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가수, 넓은 활동 범위·높은 기대 수익이 매력
엔터社, 대대적 지원 나섰지만 성적은 미미
한국일보

가상인간 가수 한유아(왼쪽)과 래아킴. 한유아 래아킴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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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가상인간 열풍이 불어닥친지도 약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비약적으로 성장한 인공지능(AI) 기술력과 빠르게 웅리의 생활 속에 녹아든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세계관 등에 힘입어 등장한 가상인간들은 인플루언서 및 광고 모델 시장을 시작으로 연예계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가상인간 열풍 초기 혜성처럼 등장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의 성공은 이같은 확장세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SNS 인플루언서로 첫 선을 보인 로지는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외모와 성격, 스타일로 입소문을 타며 각종 TV 광고를 섭렵했다. 3D 기술로 구현된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로지의 비주얼은 메타버스 세계관에 익숙한 MZ세대에게 큰 반감 없이 스며들었고, 시간을 거듭할수록 구체화 된 로지의 퍼스널 아이덴티티 역시 실제 인간 못지 않은 특색을 갖추며 대중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였다.

K팝, 가상인간 가수에 주목한 이유


가상인간을 활용한 스타의 경우 실제 연습생을 육성, 데뷔 이후 일련의 스타덤에 올리는 데까지 드는 비용적·심리적 부담이 훨씬 부담이 적으며, 데뷔 이후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위험 상황(과거, 태도 관련 논란 등)에서 자유롭다는 점 역시 연예계에서 이들을 주목한 이유였다.

그리고 가상인간에 가장 열렬한 러브콜을 보낸 시장은 바로 가요계였다. K팝 시장의 경우 인플루언서나 광고 모델 시장에 비해 훨씬 활동 영역이 넓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는 가상인간의 특성상 현실적인 스케줄 소화 능력으로 인한 글로벌 활동의 한계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었다. 게다가 글로벌 K팝 시장에서 성공만 한다면, 기존 가상인간과는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의 기대 수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K팝으로의 진출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었다.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K팝 새 시장 개척 바람이 불면서 가상인간에 대한 대규모 투자들이 이어졌다. 지난 4월 데뷔한 가상인간 한유아는 YG케이플러스 소속 가수로 CJ ENM과의 협업을 통해 데뷔 앨범을 제작했다. 그의 데뷔에는 마마무의 히트곡을 배출했던 박우상 프로듀서도 작곡에 참여하는 등 실제 가수 데뷔 못지 않은 지원이 이어졌다.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스토리와 업무협약을 맺고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또 다른 가상인간 래아킴도 있다. LG전자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투입해 탄생한 래아킴은 윤종신의 프로듀싱 하에 데뷔한다. 이 외에도 성우 서유리는 남편인 최병길 PD와 공동으로 버추얼 MCN 전문 기업을 설립하고 버추얼 아이돌 로나, 버추얼 걸그룹 솔레어 디아망의 론칭을 공식화 하기도 했다.

기대 업은 가상인간 가수, 결과는 글쎄...?


하지만 이같은 대대적인 지원이 무색하게도 K팝 시장에서 가상인간 가수들이 보여주는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가요계에서 가상인간 가수들의 미래가 그리 밝게 점쳐지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초 로지 한유아 등 유명 가상인간 가수들이 발매한 음원들의 성적은 초라했다. 물론 치열한 K팝 시장에서 이들에게 데뷔와 동시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의 성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게 투입된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감안할 때 이는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한유아의 경우 지난 5월 발표한 '아이 라이크 댓'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현재 708만 회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를 고무적인 성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한유아의 뮤직비디오에 쏠린 관심이 단순한 가상인간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인지, 가수 한유아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지표인지를 구분하긴 애매하다.

이들이 K팝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선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단편적인 비주얼과 잘 자여진 세계관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던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과 달리 K팝 시장, 그리고 팬덤이 스타에게 요구하는 면모는 상당히 복합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현재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데뷔 이후 자신들을 알리고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자체 예능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활발한 PR에 나서는 것 역시 이러한 대중의 니즈와 맞닿아 있다. 결국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고, 비대면 콘텐츠 속에서만 접할 수 있는 '철저하게 만들어진' 이상향적 가수에 대한 필요가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 역시 "실제 K팝 스타가 데뷔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과의 결속력"이라며 "이 과정에서 팬들과의 대면이나 인간적인 소통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물론 메타버스 세계관이 점차 확대되고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지만 가상인간 가수가 갖는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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