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감염 1만8000건 넘어…98%는 동성·양성애자”
감염자 고열, 탈진, 오한, 전신 병변 등의 증상…생식기 피부 병변
피부에 붉은 병변 등 증상 나타나면 의료기관 찾고, 자가격리해야
대부분 증상 경미하고 저절로 회복…심하면 ‘테코비리마트’ 접종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5월 이후 발견된 원숭이 두창 감염사례의 98%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당분간 성적 파트너를 줄이라”고 권했다. 또 원숭이 두창 감염자들은 격리하고 가까운 신체접촉을 동반하는 모임은 피해야 한다며, 후속 조치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새로운 성적 파트너에 대한 연락처를 확보해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AP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WHO는 지난 23일 원숭이 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으로,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원숭이두창 감염자 “생식기 붓고 불타는 것 같아”
BBC는 지난 25일 브라질 남동부 상파울루에 사는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한 남성과 인터뷰했다. 그는 고열, 탈진, 오한, 전신 병변 등의 증상으로 지역 병원에 다녀온 후 원숭이두창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인터뷰에서 그는 “생식기와 주변부에 피부 병변이 최소 9개는 나타났다”며 “통증, 부기, 열감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프고 아주 가렵다”며 “생식기 주변부가 모두 상당히 부었고, 가끔은 불타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 병변은 동그란 붉은 반점 같은 구진성 발진으로 시작해 수포(물집)→농포(농이 참)→가피(마르면서 굳은 딱지)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그는 2주 전쯤 첫 증상이 나타났다고 BBC에 전했다. 그는 “처음엔 강한 오한을 느꼈고, 그 후 고열, 두통이 찾아왔다”면서 “전반적으로 몸이 불편했다. 전신이 부서진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감기에 걸렸거나, 심지어 코로나19 감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샤워를 하는데 제 등과 음경에 첫 병변이 생긴 걸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발, 허벅지, 팔, 복부, 가슴, 얼굴, 생식기 등에 병변이 생겼으며 “붓고 아픈 여드름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증상이 발현한 지 3일째 되는 날 병원을 찾았다는 그는 “통증이 너무 심해 옷을 입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병원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병원에서 처방받은 소염제, 진통제, 마취 연고는 타는 듯한 느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7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가 78개국에서 1만8천 건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밀접접촉을 통해 전염 가능성…증상과 치료법은
WHO 설명에 따르면 발병 사례는 주로 동성과 성관계한 남성에게서 확인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밀접접촉을 통해 누구나 원숭이두창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람간의 전염은 주로 밀접접촉에서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발생하거나 발진이나 오염된 의류를 직접 만지는 경로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의 주요 변이로는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서아프리카 변이와 좀 더 심한 콩고 변이가 있다. 현재 사태는 서아프리카 변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원숭이두창 환자 대다수가 특별한 전용 치료 없이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윌리엄 섀프너 밴더필트 의대 교수는 “대부분의 경우 비교적 경미하게 지나가고 징그러울 순 있지만 저절로 낫는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임산부 등 취약층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뉴욕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지난주 원숭이두창 중증 환자 비율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피부에 붉은 병변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감염 의심을 보고하는 게 첫번째다. 헤르페스나 매독 같이 일반 성병과 증상이 비슷하기에 자칫 그냥 지나칠 위험이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필요하다. 추가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떨어져 밀접접촉을 피해야 한다. WHO는 발진을 만지지 말고, 발열이나 경미한 통증에는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를 복용하라고 권고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면역 취약자 등 고위험군에는 원숭이두창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달 앞서 504명분이 도입됐다. CDC는 의료진이나 실험실 직원 등 원숭이두창 환자와 밀접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이후에 맞아도 유효하다. 노출된 지 4일 안에 접종이 권고되고 4~14일 안으로 맞아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게 CDC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예방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5000명분을 국내 공급하기 위한 계약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