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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왜 짝퉁 틱톡으로?"…불황보다 무서운 메타의 정체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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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창사이래 첫 분기매출 감소…페북 사용자도 기대이하

경기 침체에 광고매출 감소…3분기 전망은 훨씬 더 비관적

`소년가장` 인스타그램, 숏영상 중심 재편에 사용자들 반발

초강력 긴축경영에도 의구심…"틱톡에 밀린다는 충격 우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거느리고 있는 `소셜미디어(SNS) 공룡` 메타(META)가 다가오는 불황 앞에 흔들리고 있다.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매출이 줄어드는 수모를 겪었지만, 앞날이 더 막막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강력한 긴축 경영을 예고했지만, 그나마 메타를 먹여 살렸던 `소년 가장` 인스타그램의 변화에 미국 내 유명 셀럽들이 반기를 들고 나서는 등 메타를 둘러싼 우려는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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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마감 이후 분기 실적을 공개한 메타는 2분기(4~6월)에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 줄어든 288억2200만달러,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36% 급감한 66억8700마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도 2.46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3.61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이는 이미 수 차례나 하향 조정된 시장 전망치보다도 좋지 않은 숫자였다. 월가에서는 메타의 2분기 매출을 289억4000만달러, EPS를 2.59달러로 각각 전망했었다.

일단 메타의 SNS를 열심히 쓰는 사용자가 줄었다. 페이스북의 일일 활성 사용자수는 19억7000만명으로, 시장 전망치(19억6000만명)보다 약간 많았지만, 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29억3000만명으로 시장 예상보다 1000만명 적었다. 이렇다 보니 광고 실적도 줄었다. 2분기 메타의 광고 매출은 281억52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5% 줄었다.

인플레이션에 광고를 올리는 기업이 줄었고,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탓에 사용자 맞춤형 광고가 어려워져 수익도 줄었다. 특히 업계에선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과의 경쟁 심화가 매출 성장세를 꺾어놨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예상했던 것보다 3분기 전망도 훨씬 더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회사 측은 3분기 매출을 260억~285억달러로 점쳤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303억6000만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렇게 되면 2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메타는 “광범위한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2분기 내내 경험한 광고 수요 감소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잘 나가는 인스타그램에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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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분석업체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2017년 17%에 못 미쳤던 메타의 전 세계 디지털 광고시장 수익 점유율이 작년에는 22%까지 높아졌다. 페이스북 점유율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인스타그램이 7%포인트나 점유율을 높인 덕이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메타의 총 광고 수익 중 30% 이상을 인스타그램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이 쓰러져 가는 집안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과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개별 사진 게시물 중심이던 인스타그램이 지난주 틱톡을 모방해 만든 숏폼 영상인 릴스(Reels) 중심으로 플랫폼 디자인을 바꿨다.

그러나 많은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며 인스타그램의 틱톡 따라하기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전날엔 무려 6억87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킴 카다시안과 그의 이복동생인 카일리 제너가 “틱톡을 따라하지 말고,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 답게 만들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는 “한꺼번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건 맞고, 아직까지는 멋져 보이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며 사진에서 영상 중심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재차 설득했다.

그러나 카일리 제너는 앞선 2018년에도 트위터에 메신저 앱 스냅챗을 거론하며 “더이상 스냅챗을 안 쓰는 사람 또 있나요? 나만 안 쓰는 건가, 윽 이건 좀 슬프네”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 글이 올라온 날 스냅챗 주가는 6% 추락했고 그 해 사용자가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고 매출 성장률은 반토막 났다. 비단 이 같은 셀럽들의 문제 제기가 아니더라도 투자자들도 인스타그램의 정체성 위기를 메타의 위기로 받아 들이고 있다.

유명 테크 애널리스트인 루프벤처스의 진 먼스터 파트너는 “메타의 사용자수 감소는 단순한 광고 매출 악화를 넘어 투자자들에게 ‘메타가 틱톡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일했던 제이븐 나하페티안도 “메타가 틱톡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제품을 향상시키면서도 기존 사용자를 화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건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2012년에 주식시장에 상장(IPO)한 메타는 작년 말까지 시가총액이 10배 이상 늘었지만, 올 들어서만 그 절반 가까이가 날아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전망은 밝지 않다.

이날 저커버그 CEO는 초강력 긴축 경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경기 침체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직원 수도 줄이겠다”며 “지금은 더 큰 강도의 긴축을 요구하는 때이며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긴축 경영이 얼마나 성공할 지 미지수다. 지난달 “이번 경기 침체는 역사상 최악의 불황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그였지만, 2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직원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1 가까이 늘었고 설비투자도 40% 이상 늘어나는 등 선제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상현실분야를 키우기 위해 만든 리얼리티랩스는 2분기에 4억5200만달러에 불과한 매출을 기록했지만, 그마저도 3분기에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손실도 57억달러나 됐다. 사업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음달 모델별로 VR 헤드셋 가격을 25~30%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가격 인상이 판매 부진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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