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린 만화가 이현세.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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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의 대중화는 ‘공포의 외인구단’ 전과 후로 나뉜다. 1980년대 로봇처럼 말 잘 듣기만을 강요하던 암울했던 시대에 저항하고 일탈하는 청춘상을 담은 이 만화는 억압받던 세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대흥행했다. 외인구단 등장 이후 만화방은 10배 가까이 성장했고, 전국의 만화방 절반 이상은 ‘공포의 외인구단’ 등장이름을 따 까치가게, 엄지가게로 이름 붙여질 정도였다.
‘공포의 외인구단’ 대성공 이후 45년째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화가 이현세가 24일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를 통해 근황을 공개했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원작으로 한 영화 '외인구단'은 1986년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이 됐다.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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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는 만화가 인기를 얻은 후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자 “단독 주택을 구매한 것”을 꼽았다. 큰어머니, 할머니까지 4대가 모여 살던 집에서 자란 그는 “처음 집을 가졌던 기쁨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서울 목동에 분양하던 아파트값이 2000만원 하던 시절, ‘외인구단’ 한 권의 원고료가 5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현세는 만화가 최초로 단독 CF까지 찍으며 그야말로 ‘신드롬’을 만들었다.
음란 시비에 휘말렸던 이현세 작품 '천국의 신화'.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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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현세에게 마흔 즈음 위기가 닥쳤다. 만화 ‘천국의 신화’가 음란‧폭력 시비에 휘말리며 형사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한반도의 선사시대를 다룬 작품이었는데, 알몸이 나왔다며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현세는 “10만원도 낼 수 없었다”며 “타협하고 무너지면 평생 동료와 후배들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6년간의 긴 법정 다툼 끝에 무죄로 결론 났다.
그러나 50대가 된 그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 다가왔다. 당뇨와 위암이었다. 게다가 까치와 엄지의 세상에서 생판 모르는 웹툰의 시대로 변해있었다. 이현세는 “오랫동안 병과 싸운 50대는 가족의 힘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네이버 웹툰 신인왕을 받은 이현세.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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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가 된 이현세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었다. 지금도 하루 평균 8시간씩 그림을 그리는 그의 작품은 포털사이트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 사이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웹툰 신인상도 받았다. 이현세는 “처음에는 재미있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단상에서 내려올 때쯤엔 울컥했다”며 “아직은 내 자리가 있구나”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웃었다가, 그다음에는 울컥하면서 아직도 내게 이런 공간이 주어지는구나. 어린 친구들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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