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중서부 마궤주에서 민가 70여채가 지난 4월21일 군부의 방화로 불탔다. 버마민주의소리(DVB)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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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곡창지대가 기후변화에 군사 쿠데타, 코로나19까지 겹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삼중고 때문에 작물 생산은 줄어들고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미얀마 중서부 마궤주에서 과거 아침마다 콩, 깨, 땅콩 등을 싣고 날랐던 트럭들이 이제는 이 지역을 떠나려는 젊은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풍경을 전했다. 삼중고로 인해 식량, 직장, 안보 위기에 처하자 젊은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궤 주민을 위해 무료 식사 제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활동가는 “(떠나려는) 인파가 파고다 축제를 방불케 한다”며 “6개월 전 오미크론 변이가 강타한 이래 매일 100명가량이 여권 사무소 앞에 줄을 선다. 공부를 마치려는 이들은 일본과 싱가포르로, 일자리를 구하려는 이들은 중국이나 태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떠나는 원인으로는 우선 기후위기가 꼽힌다. 10년 전 이미 마궤주 한 지역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72%가 기후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마궤, 만달레이, 사가잉을 포함하는 미얀마 건조지대의 기온은 지난 2년간 최고를 갱신했다. 2020년 22개시가 역대 최고기온을 찍었으며 마궤 중부는 47.5도를 기록했다. 마궤에 살았던 한 주민은 “우리 농지는 이전에 비해 생산량이 에이커 당 40~60% 떨어졌다”고 전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한 그의 가족은 대대로 이어온 땅을 반값에 팔고 양곤으로 이주했다. 그는 “마을의 70%가 더 나은 일거리를 찾아 태국으로 떠났다. 이들은 주로 20~35세에 해당하고 오직 일할 수 없는 노인들만 남았다”고 말했다.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10년 전 6%에 불과했던 해외 이주 계획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오늘날 확연히 증가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미얀마 마궤주(州). 위키피디아 |
여기에 더해 지난해 2월1일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 이끈 군부 쿠데타는 본격적인 강제 이주를 초래했다. 마궤 지역은 쿠데타 초반부터 저항이 일어났던 곳이다. 그 대가로 군부가 벌이는 ‘토지 청소’ 작업의 대상이 됐다. 주택과 토지 방화, 성폭행, 살인, 구금 등의 보복이 자행된 것이다. 지난 5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쿠데타 이후 마궤 주민 약 5만5000명, 인근한 사가잉에서는 33만6000명 이상이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다고 추산했다. 나루에몬 탑춤폰 태국 쭐라롱꼰대 교수는 “이주 규모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 지역에 가해진 기후변화와 분쟁 등이 이주의 중요 요인”이라고 가디언에 밝혔다.
떠나지 않고 남은 이들도 막막할뿐이다. 불안한 정치 상황과 기후변화를 비롯한 요인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 제재로 인해 미얀마 통화 짯의 가치가 나날이 떨어지며 물가가 오르는 점도 큰 부담이다. 한 농민은 “상품과 연료 가격이 오르면 소규모 자영업자를 비롯한 주민들이 큰 어려움에 처한다. 쿠데타가 오래 지속될수록 우리 모두의 상황이 위험해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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