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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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을 잇달아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지난 11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대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국방부가 문재인 정부 때는 공무원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입장을 뒤집은 이유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준씨의 유족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국방부와 해경에 지침을 내려 이씨가 자진 월북하다 사망한 것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 관계자들을 3차례에 걸쳐 고발했다.
이씨는 2020년 9월21일 서해 소연평도 부근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격을 맞아 숨졌다. 사흘 뒤 국방부와 해경은 대북 SI(특수정보) 등을 통해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국방부와 해경은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을 다시 분석한 결과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윤 과장은 이 브리핑에서 발표를 담당한 인물이다.
공공수사1부는 국정원이 박지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최근 국정원 관계자들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원장은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이 나오도록 첩보 관련 보고서의 일부 대목을 무단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공공수사1부는 최근 검사 2명을 대검에서 파견받아 수사팀 규모를 9명으로 확대했다.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도 국정원이 서훈 전 원장을 고발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한국 해군에 나포된 북한 선원 2명에 대한 합동조사를 서둘러 종료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공공수사3부도 최근 검사 1명을 파견받아 규모가 7명으로 늘었다.
대통령실 강인선 대변인은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윤석열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기초 조사가 끝나면 사건 당시 국정원 내부 의사결정과 윗선의 지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 메인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발 주체가 국정원인 만큼 압수수색이나 임의제출 시 국정원의 협조가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원장은 수차례 인터뷰에서 “내가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면 메인 서버에 다 (기록이) 남아 있다. 가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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