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도 옥포항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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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인력 공백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조선소 근무 요건을 완화했지만, 숙련공 공백을 메우긴 역부족이다. 불황기에 조선소를 떠난 숙련공들에 러브콜을 보내지만 소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11개 주요 조선사 인력은 2014년 5만1000여명에서 지난 5월 말 기준 2만9000여명 수준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군산조선소 폐쇄와 일감이 줄어들면서 전직을 택한 이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11개 조선사 외에도 주요 협력사 유출 인원까지 포함하면 부족 인력은 최대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정부는 현재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활동 기한을 연말까지 늘려주고, 조선업계 외국인 배정 총원을 늘리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 요건을 완화했다. 중소·중견 기자재 업체의 인력난 해소에는 일부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들의 인력난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있다.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가 단순 노무직이기 때문이다. 대형 3사의 경우 간단한 작업들은 보통 하청업체들에 맡기기 때문에 숙련공 수급이 더 급한 실정이다. 대형 조선사들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국내 3사 부족 인력은 각사별로 8000명 정도다. 2020년 하반기부터 선박 주문이 물밀 듯 밀려온 상황이고, 노조가 업계 내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반발하며 잇따라 파업에 나서고 있다.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선박 납기일을 맞추는데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확실한 해결책은 숙련공을 다시 불러오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 숙련공 대부분이 직업을 바꾸고 타지역으로 떠났거나, 해외 조선소로 떠난 탓이다. 최근 각 조선소를 중심으로 떠나간 일부 숙련공들에게 복귀를 제안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조선소 인원이 감소세로 접어들던 2015년 이후 국내에 대규모 반도체 설비 신·증설 붐이 일었는데 해당 현장으로 상당수가 흡수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남 거제지역 조선소의 한 숙련공 근무자는 "조선소 근무자 대부분은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고 애를 키우며 살아가던 가장들"이라면서 "처음에는 잠깐 일할 생각에 가족들을 남겨놓고 홀로 다른 현장으로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이제는 남은 가족들도 반도체 신설 공장 인근으로 거처를 옮기며 거제를 떠났다"고 말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조선소 등 해외로 이직한 이들은 한국 조선산업이 언제든 부침을 겪을 수 있고, 고용이 불안해 질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복귀에 더욱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시급한 인력 부족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관련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중소·중견 기업들의 요구였으나, 일손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최근에는 숙련공이 부족한 대형 조선사들 사이에서도 관련 규제 완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각 조선사는 내국인 고용인원의 20% 이내에서만 외국인 채용이 가능한데, 이 규모를 늘려 당장 일손이 급한 용접·도장공 등에 조선소 재직 경험이 있는 각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다.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시급한 선박의 납기를 맞춤과 동시에 내국인 숙련공을 양성해 점진적인 체질개선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달라는 목소리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선박 인도가 한 달만 지체돼도 소요되는 보상금 규모만 수백억원이며, 고부가가치 선박일수록 보상금 규모는 더욱 크다"면서 "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에 발맞춰 우수한 건조능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다량 수주했지만,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고,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은 돌이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질 여지가 크다"고 경계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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