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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유가 100달러 붕괴…추락하는 원자재 "일단 팔고 후에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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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머니투데이

미국의 석유 시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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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연일 급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최근 경기 침체 조짐이 금융시장을 사로잡자 옥수수부터 구리, 원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원자재를 내던지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6일(현지시간) 1% 하락한 98.53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WTI 선물가격은 지난 3월8일 고점 123.70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침체장에 빠졌다.

영국 브렌트유 9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이날 2% 급락한 100.6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이날 한 때 98.50달러까지 내려갔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최근 고점 대비 29% 급락했다.

WTI와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지난 5일 각각 8%와 9% 이상 급락하며 지난 3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글로벌 리서치 & 어낼리틱스 매니저인 로비 프레이저는 "원유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원유) 거래에 타격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골드만삭스는 최근의 유가 급락은 원유 공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유가 하락과 정제 마진 하락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전세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의 1.1% 하향 조정에 맞먹는다"며 "우리는 이 같은 가격 조정이 과도한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 "경기 침체 리스크는 올라가고 있지만 원유 재고는 여전히 감소하며 치명적으로 낮은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붕괴만이 (공급 부족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남아 있어 원유 공급 부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원자재 매도 주도

S&P GSCI 농산물 가격 지수도 지난 5월 중순 사상 최고치에서 28% 급락했다. 6개의 금속 가격을 반영하는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벤치마크도 지난 3월 고점을 친 이후 3분의 1 가량 하락했다.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의 최근 급락세는 헤지펀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최근 원자재와 농산물에 대한 낙관적 포지션을 청산하고 비관적 포지션으로 속속 전환했다.

피크 트레이딩 리서치의 리서치 대표인 데이비드 위트콤은 FT와 인터뷰에서 원자재의 실물 공급량은 골드만삭스의 지적대로 여전히 빠듯하지만 "헤지펀드들이 테이블에서 판돈을 거둬들이며 (매수 포지션) 청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에 위치한 헤지펀드인 플로린 코트 캐피탈도 FT에 최근 수개월간 아연과 니켈, 구리, 철광석을 포함해 중국에서 거래되는 금속들의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맨그룹의 AHL 부문 최고 리스크 책임자 출신인 더그 그리닉은 FT에 중단기 가격 하락 모멘텀에 기초한 이 같은 포지션에 대해 "시장이 경기 경착륙 리스크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106억달러의 자산을 운영하는 애스펙트 캐피탈은 지난 5월초부터 구리, 은, 철광석, 철 등의 원자재에 대해 비관적인 포지션을 취했고 농산물 중에서는 설탕과 코코아에 대해 얼마 동안 숏(매도) 포지션을 취해왔다. 최근에는 밀에 대해서도 소규모로 숏(매도) 입장을 갖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6월28일 주간에 총 82억달러에 달하는 15만3660건의 농산물 선물 거래가 청산됐다. 피크 트레이딩 리서치에 따르면 이는 사상 2번째로 큰 롱(매수) 포지션의 청산이다.

유가에 대해서도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지만 씨티그룹은 지난 5일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올해 말 유가가 65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 4월 톤당 1만600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현재는 7500달러선으로 급락했다.

원자재 중개업체인 마렉스에 따르면 현재 구리에 대한 숏 포지션은 2015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나인티 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지 셰블리는 FT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6개월 이후를 바라보는데 시장은 현재 주문이 실현되지 않고 중국이 반등하지 않으면 원자재 재고가 늘며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시나리오에 대비하려면 극히 비관적인 전망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 시장은 이 비관론을 믿을 준비가 상당히 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리서치 회사인 TS 롬바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콘스탄티노스 베네티스는 FT와 인터뷰에서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 변화로 "시장에서 바람이 빠지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지금 일단 팔고 나중에 질문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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