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내 의심사례 1800여건…부국들 아직 백신 안 나눠”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백신 접근에 불평등 있어선 안 돼”
원숭이두창(Monkeypox) 바이러스 입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모습. BBC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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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보건 관리들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이미 비상사태 상황이라면서 부유한 국가들을 향해 해당 백신의 공유를 촉구했다.
이들은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1800여건의 원숭이두창 의심 사례가 보고됐지만, 부국들이 아직 백신을 나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흐메드 오그웰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 대행은 “원숭이두창은 우리에게 비상사태를 의미한다”면서 “우리는 원숭이두창을 비상사태로 대처해 더 많은 고통을 야기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수십 년간 중부 및 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이었으나 연구소 진단 역량 부족과 약한 감시 체계 때문에 많은 경우 검출이 안 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1800여 건의 원숭이두창 의심사례를 보고했다. 이 중 70여 명이 사망했고 109건만이 연구소에서 확진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가나, 모로코 등 이전에 원숭이두창이 보고되지 않던 나라들까지 퍼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맛시디소 모에티 WHO 아프리카 담당 국장에 따르면 대륙 감염의 90% 이상은 콩고와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하고 있다.
모에티 국장은 원숭이두창 백신의 글로벌 공급량이 제한된 점을 감안해 WHO가 제조사 및 백신 비축국가들과 더불어 공유를 할 수 있는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숭이두창이 글로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계기로 아프리카에서 이 질병을 영구히 퇴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는 지금까지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효과가 있는 천연두 백신을 접종하기보다는 접촉자 추적 및 격리 조치 등으로 주로 대응해왔다.
피오나 브라카 WHO 아프리카 비상대응팀장은 “우리는 아직 가난한 나라들에 제공된 백신 기증분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백신 비축을 하는 나라들은 주로 자국민을 위해 예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보건 관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처럼 백신 접근에 불평등이 있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과 북미의 원숭이두창 환자들은 주로 게이, 양성애자,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들에게서 발견되는 반면 아프리카의 경우 남녀 감염자 비율이 거의 균등하고 대체로 감염 동물과 접촉을 통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 원숭이두창 감염자는 51개국에서 5000명 이상으로 보고됐다. 과반수는 유럽에서 발생했고 아프리카 바깥에서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WHO는 원숭이두창이 더 많은 나라들로 확산하고 임신부와 아이들 등 취약계층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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