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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12전패 '승점 0' 오명… 김연경 은퇴 후 한국 여자배구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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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세계랭킹 19위 한국이 3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의 아르미츠 아레나에서 열린 VNL 3주 차 예선 라운드 12차전에서 중국(3위)에 세트 스코어 1-3로 졌다. 사진은 이날 중국과의 경기에서 공격하는 이다현.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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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부칠 것은 예상 했지만 ‘승점 0’이라는 처참한 결과는 분명 계산에 없었다. 한국 여자 배구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을 12전 전패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3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대회 예선 마지막 12차전에서 중국에 세트스코어 1-3(13-25 25-19 19-25 24-26)으로 졌다. 예정된 12경기를 모두 패한 한국은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8년 출범 후 이번 대회까지(2020년은 코로나19로 취소) 전패 팀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승점 1을 얻을 수 있는 풀세트 패배도 없어 첫 '승점 0'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36세트를 헌납하는 동안 가져온 세트수는 3세트에 불과하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에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던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은 1년 만에 급락했다. 중국, 일본은 물론 태국마저 상위 8개 나라가 출전하는 VNL 파이널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 여자배구가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밀린 셈이다.

김연경(흥국생명), 김수지(IBK기업은행), 양효진(현대건설) 등 베테랑들이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한국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사령탑도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으로 바뀌었다.

이번 VNL은 곤살레스 감독과 대표팀이 새롭게 돛을 올린 첫 대회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순 없었지만, 참담한 결과에 배구 팬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다.

존재감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던 구심점 김연경의 공백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한국 여자배구는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해 팀을 규합할 수 있는 중심 선수를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전력 약화를 조금이라도 감출 수 있는 조직력 정비의 시간은 턱없이 짧았다. 현재 몸담은 터키 클럽팀 일정상 VNL로 출발하기 나흘 전에야 대표팀에 합류한 곤살레스 감독은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대회를 치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베로 노란(인삼공사) 등 부상 선수도 속출했다.

이번 대회 참패로 한국의 세계랭킹은 14위에서 19위까지 떨어졌다. 당장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권 확보가 비상이다.

FIVB는 기존과 달리 세계 예선이 끝나면 별도의 대륙별 대회를 치르지 않고 세계랭킹(2024년 6월25일 기준)으로 출전권을 차등 배분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9월 세계선수권대회(네덜란드·폴란드 공동 개최)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반등을 이뤄내야 한다.

조영호 한국배구연맹(KOVO) 특보는 “김연경, 양효진 등의 뒤를 이을 새싹들을 키워내지 않으면 세계 무대에서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장기적으로 선수들을 어렸을 때부터 키워낼 수 있도록 배구연맹과 배구협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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