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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①]'안나' 수지 "인생캐릭터 호평, 꿈같고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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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배우 수지가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에서 호연을 펼쳤다.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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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욕심낸 캐릭터고 노력했기 때문에, 인생작을 만났다는 얘기가 너무 꿈같고, 행복해요."

'거짓말 끝판왕' 안나의 모습을 잠시 감춰둔, 수수하고 말간 얼굴의 수지(본명 배수지, 28)가 활짝 웃었다.

수지는 지난달 24일 베일을 벗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에서 기존 필모그래피에서의 활약을 뛰어넘는 팔색조 열연으로 작품을 견인했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타이틀롤 안나(유미)로 나선 수지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타고난 외모와 능력으로 어디서나 반짝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이유미(수지 분)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이안나의 삶을 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안나'가 공개된 후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최근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수지는 "주변 분들에게서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다음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 많이 물어보더라. 그런데 '난 물어볼 수 있는데 넌 절대 대답하지 마' 이런 반응이 많았다. 궁금한데,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웃음), 유미의 편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완성본 '안나'를 본 소감도 들려줬다. 수지는 "너무 오랫동안 대본을 보고 작업했는데 완성된 걸 보니 연기할 때의 마음도 떠오르고, 스토리에 몰입해서 보기보단 '저 때 어떻게 할걸' 이런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그래도 주변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좋은 기사가 많이 나와서 신기하고, 좋다"고 말했다.

타이틀롤 단독 주연으로 나선 만큼 불안감도 컸지만, 수지는 놀라운 몰입도를 보여주며 스스로 그 불안을 극복해냈다.

"사실 유미가 겪고 있는 불안처럼 굉장히 떨렸어요. 내가 대본을 읽었을 땐 잘하는 것 없는 유미지만 안쓰럽고 공감되고 많이 응원하게 됐는데, 과연 사람들이 유미에 이입해서 얘를 응원해줄까 걱정했죠. 그런데 사람들이 유미에 이입해준 것 같아 그런(단독 주연) 부담은 덜한 것 같아요. 사실 저도 현장 분위기를 많이 신경쓰는 편인데, 이번 작품에선 안 쓰려고 노력했어요. '나에게만 집중하자', '내가 지금 누굴 신경쓰나' 하는 생각이었죠. 아직 (현장을 살피지 않는 게) 힘들긴 한데, 유미의 감정에만 신경쓰려 노력했어요. 유미처럼, 나만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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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는 '안나'에서 거짓말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타이틀롤 안나 역을 열연했다.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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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공개 후 쏟아진 '인생캐릭터', '인생드라마'라는 반응에 대해선 어떤 마음일까.

수지는 "나는 늘 새로운 작품을 대할 때 '이것이 나의 인생 캐릭터'라는 마음으로 대한다"고 담담하게 답하면서도 "안나는 욕심낸 캐릭터이고 노력했기 때문에, 인생작을 만났다는 얘기가 너무 꿈같고, 행복하다. 이렇게 좋은 반응이 나와도 되나 하는, 과분한 마음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업계 러브콜 0순위. '배우 수지'에게 쉴 새 없는 구애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안나에게 끌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리고 사실, 이건 누가 봐도, 욕심을 낼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건 뺏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건 막연한 욕심이었던 것 같고, 막상 결정했으니 이걸 잘 만들어봐야겠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욕심이 났던 작품이라 더 열심히 했습니다."

'건축학개론', '당신이 잠든 사이에', '배가본드', '스타트업'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청춘의 표상'으로 사랑받았던 수지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 극중 안나의 결이 달랐다는 점도 수지를 이끌었다. 수지는 "유미가 어느 정도 일을 한 후에는 미묘하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도 하고, 유미가 착하다 안착하다로 나눌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 공감할 만한 내면에 있는 분노 같은 게, 현실적이라고 다가왔다. 이런 혼자만 할 것 같은 생각들이 유미의 심리가 드라마로 인해 보여지다 보니 미묘한 어떤 연기들, 미묘한 순간들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 시작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굴곡 없이 성장해 온 수지가, 안나의 어떤 부분에서 분노와 뒤틀림을 느꼈을지도 궁금했다.

"어떤 면에서 저는 안나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고 할 수있지만, 제가 가진 불안도 있고, 제 안의 화도 많기 때문에 유미를 이해해보려 노력했어요. 제가 가진 어떤 불안들이나,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불안들을 겪고 때로는 화도 많이 나면서 느낀 걸 표현하면 유미로서의 또 다른 어떤 분노와 불안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들 화 많잖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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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가 '안나'를 촬영하며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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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수지가 '안나'에서 보여준 청춘은 실로 충격적이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원대한 계획따위 없이 툭 내뱉은 '대입합격'이란 거짓말이 마치 거위처럼 계속 거짓말을 낳으며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뀐다.

특히 타인의 삶을 송둘째 훔친 안나의 거짓말은 사기, 범죄로까지 진화한다. 안나로 살면서도 '이건 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수지는 주저없이 '상견례 장면'을 꼽았다.

"그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슬픈 신인데요, 가짜 부모님을 부모 대역을 써서 하는데 이건 정말 선을 많이 넘지 않았나 싶었어요. 멀쩡히 엄마가 계신데, 안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해서 유미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가짜 대역까지 쓰면서 이런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싶었죠. 저도 안나를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 그거였어요. 너무했다 싶더라고요."

안나의 옷을 입은 유미가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우리끼리는 지원(박예영 분) 때문이다. 필립스(김준한 분) 때문이다, 현주(정은채 분) 때문이다, 음악선생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냥 유미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 자신의 결핍을 그런 거짓말로 채우려는 어떤 엇나간 욕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끝까지 그걸 못 놓는 것 같았어요. 정신차릴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간 거죠."

실제 수지라면 어땠을 지 묻자 "저라면 그런 불안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합격했다고까지 질러놓고,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실토할 것 같다. 바로 미안하다고 실토할 것 같다"며 난처한 웃음을 보였다.

안나를 연기하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됐다고도 했다. 수지는 "유미는 가상의 인물이니까 내가 유미를 만들어가면서 나의 불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계속 유미에 이입해서 생각해봐야 하는데, 유미의 생각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안나'를 찍으면서 평소 잘 안 쓰던, 옛날에 포기했던 일기를 다시 썼어요. 안나의 입장도 써보고, '안나'를 찍을 때의 내 감정을 기록해보고 싶어서, 일기를 열심히 썼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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