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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자장사’ 경고에 깜짝 놀란 은행들, 대출금리↓예금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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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정치권·여론 눈총에 밀려

신한, 주담대 최대 0.35%P 인하

취약차주 프로그램도 가동 예정

농협은행도 주택대출 금리 낮춰

예·적금 3∼5% 특판 잇따라 내놔

예대금리차 7년7개월래 최대

상반기 순이익 사상최대 가능성

세계일보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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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금리는 낮추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올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차주(대출자)들의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격차)가 7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면서 ‘이자 장사’에 대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경고가 잇따르자 은행권이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초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35%포인트, 0.30%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취약 차주 프로그램’도 가동할 예정이다. 우선 지난달 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일괄 인하하고 5% 초과분은 은행이 감당한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연간 금리 상승폭 0.75%포인트 이내로 제한한 상품)을 신청하는 대출자에게는 고객이 부담하는 연 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은행이 1년간 내주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연소득 4000만원·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의 조건을 갖춘 전세자금 대출자를 대상으로 금융채 2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전세자금대출 상품도 출시한다. 일반적으로 전세대출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 변동금리 상품인데, 사실상 2년 단위 고정금리 상품을 통해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다. 서민 지원 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의 신규 금리도 연 0.5%포인트 인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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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도 지난달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 적용키로 했다. 하나은행도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금리 인하, 분할상환 유예 등의 지원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이달부터 담보, 전세자금 등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낮췄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지난달 22일 대출금리를 최대 연 0.41%포인트 인하했다.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는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과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을 특판상품으로 선보였다. 10만 계좌 한도의 페스타 적금은 주 납입·만기 10개월 자유 적금으로 월 납입 한도는 30만원, 최고 금리는 연 4.0%다. 1년제 정기 예금인 S드림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연 3.2%)도 3%를 넘고, 최대 가입액은 1억원(총 한도 1조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 출시한 최고 금리 연 3.20%의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의 2조원 한도가 6일 만에 소진돼 한도를 1조2000억원 추가로 늘렸다. NH농협도 우대금리 0.4%포인트를 포함해 금리가 연 3%대인 정기예금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달 17일 케이뱅크가 출시한 연 5.0% 금리의 ‘코드K 자유적금’ 10만계좌도 10일 만에 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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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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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융당국과 정치권 고위인사들은 작심한 듯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했고,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고물가로 곳곳에서 경기침체 분위기가 짙어지는 와중에 은행의 실적 잔치가 이어지는 것도 여론의 부정적인 눈초리를 키우는 요소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올해 1분기 4조5951억원에 이어 2분기에 4조4000여억원(컨센서스)의 순익을 거둘 전망이다. 올 상반기 순익이 기존 최대치(지난해 상반기 8조904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셈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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