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취임식 이어 또 축하사절단장 맡아
"美, 아세안 중시… 필리핀과 관계 개선 희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0일 취임식 직후 미국 정부 축하사절단을 이끌고 온 ‘세컨드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오른쪽)로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이재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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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으로 미 역사상 최초의 ‘세컨드젠틀맨’(second gentleman)이 된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필리핀 새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 정부 축하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한다. 같은 자격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방한한지 50일 만이다.
미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30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보낼 미국 정부 축하사절단 명단을 확정하며 엠호프 변호사를 단장에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엠호프 변호사는 지난 5월10일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역시 미 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정부, 그리고 미국 조야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을 두루 감안해 내린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따라서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에도 ‘세컨드젠틀맨’을 보내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앞으로 미국·필리핀 관계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전임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시절 필리핀은 미국과 불편한 사이였다. 두테르테 정부는 임기 중 ‘마약과의 전쟁’이란 명목 하에 용의자들을 재판 절차 없이 사살하는 등 조치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한테 이런 식으로 나오면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미·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에도 불참했다. ‘필리핀 새 대통령 선출이 임박했는데 곧 물러날 내가 외교 무대에 나서는 건 옳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미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감안한 처신이란 해석이 많다.
오는 30일 필리핀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미국은 그의 취임식에 ‘세컨드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를 단장으로 하는 축하사절단을 보낸다고 발표했다.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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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아세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마침 필리핀도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최근 출범시킨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동참하는 등 양국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취임식에 엠호프 변호사를 보내기로 한 백악관 결정은 향후 미국·필리핀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엠호프 변호사가 미 행정부를 대표해 외국 정상의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그의 방한 기간 우리 정부는 의전과 예우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특히 엠호프 변호사는 윤석열정부 들어 대통령 집무실을 종로구 청와대에서 용산구 옛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뒤 처음 대통령실을 찾은 외빈이라 국내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앞으로 5년간 긴밀하게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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