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문재인 정부’ 서훈·김종호·이광철 검찰 고발

 ‘월북 조작 의혹’ 직권남용 등 혐의 고발

“국민 생명 지키도록 만든 지위 위법사용”

한국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왼쪽)와 김기윤 변호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이 22일 ‘월북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문재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대진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 직후 이 사건을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창민)에 배당했다. 유족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이 해경에 지침을 내려 이대진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조작했다고 의심한다.

어업지도원 이대진씨는 2020년 9월21일 서해 소연평도 부근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격을 맞아 숨졌다. 당시 해경은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인 지난 16일 뒤늦게 “이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번복했다.

이래진씨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만든 지위와 직권을 위법하게 사용했다는 정황들이 있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청와대 자료는 최장 30년간 열람이 제한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다.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유족은 문재인 정부가 설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검찰이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족이 고발한 혐의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이다.

유족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문에 상처를 입은 유족이 문 정부가 임명한 사람을 상대로 고발한 사건에서, 문 정부가 임명한 공수처장이 수사한다면 2차 가해”라며 “고발죄명에 직권남용죄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사건을 조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전 정권 뒤집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동료 살해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돌려보낸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아직 (진상조사를) 검토 중인데,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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