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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세계난민의날…인권위 "난민재신청자 취업 금지 등 제약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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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신청 남용 방지 명목으로 차별하는 법무부에 의견 표명

연합뉴스

난민재신청자 알렉스씨
[촬영 김치연]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느끼겠죠. 지난 10년간 가장 어려웠던 건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거였어요."

예멘 출신 알렉스(가명·35) 씨는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간 한국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모두 떠오른 듯 북받치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기독교로 개종한 후 배교행위를 이유로 예멘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가족들의 명예살인 위협으로부터 도망쳐 2012년 한국에 들어왔다. 입국 직후 난민 신청을 했지만, 5년간 난민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지내다 2017년 개종의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고 한다.

난민 재신청을 한 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한국에서 사는 2년 동안 그는 아파도 병원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었고, 은행 계좌와 휴대전화 등 생활에 필수적인 수단도 모두 이용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아프리카 기니에서 온 코이타 보 사란(26)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족들에게 강요받아 강제로 결혼했고, 가정폭력 등을 피해 2016년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뒤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6세·4세·8개월 된 아이 3명과 함께 지내는 그는 난민 재신청을 한 뒤 현재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코이타씨는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난민재신청자 신분으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연합뉴스

코이타 보 사란 씨와 아이들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난민재신청자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현재 법무부가 국내 난민 제도가 남용될 수 있다며 '남용적 난민신청자 체류관리'를 규정해 난민재신청자를 난민신청자와 달리 대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재신청자는 체류기간 연장이 허가되지 않아 3∼6개월마다 출국기한 유예조치를 받아야 한다. 또 생계비 지원을 받거나 허가받은 취업 활동도 할 수 없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신청은 2천341건이고, 그중 1천44건이 난민 재신청이다. 난민신청 심사 기간은 평균 약 17.3개월이 소요된다.

인권위는 이날 송두환 위원장 명의 성명에서 "법무부가 난민재신청자에게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나 생계비 지원 없이 취업마저 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가하는 것은 국가의 보호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할 위험이 있고 난민신청자 권리와도 상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난민재신청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하고, 심사 기간이 부득이하게 장기화하면 최소한의 생존 보장을 위한 지원이나 취업 허가 등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또 "우리 정부가 난민신청이나 재신청을 체류자격 연장을 위한 방편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심사 인력 보강 등 인프라를 개선하고 이를 기반으로 난민심사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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