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등 확인되면 문 전 대통령도 고소”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 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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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서해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당시 47살)씨 유족이 당시 해경의 ‘자진 월북’ 발표와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직무유기·직권남용이 확인되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고소하겠다고 했다. 전날 해경과 국방부가 “이씨의 자진 월북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2년 전 수사 결과를 뒤집으면서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와 아내 ㄱ씨 등 유족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숨진 이씨의 사망원인을 ‘자진 월북’으로 규정한 지난 정권의 수사 결과를 “명백한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0년 9월24일 해경이 작성한 사건 진술 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해경 수사 자료 등은 정부가 전날 유족과 벌이던 정보공개 관련 소송을 취하하면서 곧바로 유족에게 전달됐다.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숨진 이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직원 7명의 진술 조서에는 “월북과 관련된 얘기는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해경이 월북이 아닐 수 있다는 직원들의 진술은 빼는 등 선택적으로 진술을 골라 수사 결과에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조서에는 ‘월북을 하려면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대준씨 방에는 방수복이 그대로 있었다’는 진술 등이 있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진술 중에는 ‘바다 온도가 낮아 방수복 없이 북한 해역을 통과할 수 없었다.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는데 방수복을 안 입고 월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했다. 유족은 자진 월북과 맞지 않는 이런 진술 내용을 해경이 일부러 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유족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는 전날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지침으로 인해 국방부와 해경이 월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닌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단서를 달아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피살 공무원 사건 보고를 받은 뒤 3시간이 지나 (이대준씨가) 사망했다. 그 시간 문 전 대통령이 무대응했다면 직무유기죄로, (사태를) 방치하도록 지시했으면 직권남용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지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선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또는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해야 공개가 가능하다. 앞서 유족은 지난 4월 기록물 공개를 위한 헌법소원을 냈다. 유족과 변호인은 “민주당도 진실규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기록물 공개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대준씨 아내 ㄱ씨는 “민주당이 월북 증거를 가져오면 수긍하겠다. 하지만 유족에게도 내세울 수 없다면 그건 증거가 아니다. 월북을 입에 올리는 것은 2차 가해”라고 했다.
▶관련기사 : 해경·국방부 “서해 피살 공무원 ‘자진 월북’ 인정할 증거 없어”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1047282.html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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