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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대출규제 풀면 뭐하나…금리 급등에 서민들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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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금리오르면 DSR 비율 올라 규제완화 '도루묵'
"저소득층·자영업자·청년층 가구, 금리인상 큰 타격”
뉴시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5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창구가 보이고 있다. 2022.05.12.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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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정부가 생애 첫 주택구매자 등을 대상으로 대출규제를 풀어주기로 했지만, 금리가 고공행진 하는 현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등 실수요자 주거사다리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오는 3분기부터 생애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지역,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하고, 대출한도는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한다.

또 LTV 정상화와 연계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에 따라 대출이 제약되지 않도록 신용대출 연소득 제한 조치를 없애고, DSR 산정시 현재 소득이 낮은 청년층 등의 장래소득 반영폭을 확대해 대출한도를 늘려주기로 했다. DSR 적용 배제가 가능한 긴급생계용도 대출 한도는 1억50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지난해 꽁꽁 걸어잠갔던 대출문이 일부 풀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작 실수요자들은 가파른 금리인상에 이자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아무리 규제가 풀린다 해도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는 한숨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연 1.75%로 한국의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 됐다. 이런 가운데 Fed는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 우리나라와의 금리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돼 외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은 역시 다음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25%로 단숨에 뛰어오른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도 한은이 다음 달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3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나서고 8월, 10월,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3.0%까지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담대 7% 돌파는 물론, 연내 8% 돌파도 머지않았단 의미다.

이 경우 서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개인의 DSR 비율 역시 올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쪼그라들게 된다.

예컨대 30년 만기 연 5% 금리로 주담대(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를 3억원을 받은 경우 월 상환액은 161만원이지만, 연 6%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179만원으로 18만원 늘어난다. 연간으로 이자 부담이 216만원 정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게 되면 가계의 연간 평균 이자 비용은 329만원에서 489만원으로 160만원 늘고, DSR은 32.4%에서 35.1%로 2.7%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저소득층은 이자비용이 적은 수준임에도 낮은 소득수준으로 인해 대출금리 2%포인트 상승시 DSR이 약 3.8%포인트 올라 타 소득계층 대비 가장 큰 증가폭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가구 역시 대출금리 2%포인트 상승시 연간 평균 이자비용이 약 210만원 증가하고, DSR은 약 3.4%포인트 상승해 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재무건전성도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대출금리 2%p 상승시 청년층 가구의 DSR이 2.9%포인트 올리 임계치(40%)에 가까워지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7%를 돌파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 범위는 연 4.33~7.09%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5.41~7.09% ▲하나은행 5.233~6.533% ▲농협은행 4.56~5.96% ▲국민은행 4.33~5.83% ▲신한은행 3.98~5.03% 등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LTV를 80%까지 늘려줬지만 6억원 한도가 걸려있고, 다음달 DSR 규제도 강화되기 때문에 연소득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아닌 이상 사실상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군다나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이번 조치로 실수요 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역시 크게 늘고 있어 이전만큼 대출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하긴 했지만 실수요자들이 집을 마련하기에 어려운 환경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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