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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빌보드 1위만 6곡… 노래로 세계 정복한 ‘한류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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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눈부신 성취… 피·땀·눈물의 9년

꼭 10년 전인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돌풍에도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그쳤을 때, K팝의 한계가 거기까지로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의미하는 ‘빌보드 싱글 1위’는 한국의 몫이 아닌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런 비관론을 깨끗하게 불식시키고 단숨에 자신감과 낙관론으로 바꿔놓은 아티스트가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빌보드 선배’인 가수 싸이가 최근 간담회에서 “BTS와 블랙핑크 등 현재 북미에서 유명한 후배님들은 저와 정반대의 케이스이며 (곡이 아니라) 사람이 떴다. 지속성과 연속성이 길고 굉장히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래 한 곡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인기를 얻을 때 생명력도 길다는 대중음악계의 속성을 간파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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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2013년 결성 당시 BTS는 한국 가요계의 중심보다는 변방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3대 기획사’로 불렸던 SM·JYP·YG엔터테인먼트 출신이 아니라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방시혁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재 하이브)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BTS는 ‘흙수저 아이돌’로도 불렸다. 음악적으로도 초기에는 힙합적 요소가 두드러졌다. ‘케이팝의 시대’를 펴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데뷔 초기에는 강렬한 비트와 거친 퍼포먼스 등 길거리 힙합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세계 무대에 진출하면서 팝과 리듬앤드블루스(R&B) 등 다양한 조류를 받아들이는 유연성과 변화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BTS의 눈부신 성과는 미 최고의 인기곡과 음반을 발표하는 빌보드 차트 기록에서도 고스란히 입증된다. 미국 시장에서 먼저 뜬 것은 노래가 아니라 음반이었다. 2018년 정규 3집인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음반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처음 1위에 올랐다. 아이돌 그룹 특성상 음반 판매량 등을 바탕으로 집계하는 ‘빌보드 200′에서 강세를 보이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웠다. 남은 과제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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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팬들의 응원소품 '아미봉'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던 2020년 BTS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마지막 남은 고지였던 빌보드 싱글 1위에 마침내 올랐다. 팬데믹의 우울함을 모두 씻어주는 신나는 디스코풍의 첫 영어 가사 노래로 세계 정상을 밟은 것이다. 곧바로 이들은 두 달 뒤에 ‘삶은 계속된다(Life Goes On)’는 한국어 노래로도 빌보드 1위를 탈환했다. “모든 사람들이 힘들고 지쳐있을 때 마음의 위안과 휴식,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치유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BTS 역시 또 한번의 성장을 보여줬다”(이규탁 교수)는 평가도 나왔다. 빌보드 싱글 1위 6차례, 음반 1위는 5차례. BTS는 빌보드 차트의 양대 주축인 이 두 부문을 석권한 최초의 한국 가수였다. 지금까지 국내 누적 음반 판매량만 3278만장.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세계적으로는 7250만장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곧바로 BTS는 미국 대중음악 분야 3대 시상식으로 불리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그래미 시상식 도전에도 나섰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는 2017년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2021년 4관왕, 올해 3관왕까지 6년 연속 수상 기록을 작성했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도 2018년 ‘페이버리트 소셜 아티스트(Favorite Social Artist)’ 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2019년 3관왕, 2020년 2관왕, 2021년 3관왕까지 4년 연속 수상했다.

마지막 남은 그래미 시상식은 아직 BTS가 유일하게 등정하지 못한 고지로 꼽힌다. 이들은 2019년 시상자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고 2021년과 2022년 연속 ‘최고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BTS는 2018년과 2020년, 지난해 세 차례 유엔 무대에서 연설했고,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K팝을 넘어서 한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올해 활동 잠정 중단 선언으로 BTS는 새로운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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