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절정 달리던 BTS 그룹활동 잠정중단 왜
숫자로 본 방탄소년단 |
◇번아웃 호소... “방향성 잃었다”
데뷔 이후 빌보드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9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는 동안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음반 발매와 공연, 방송 출연 등 쉴 새 없이 몰아치는 K팝 아이돌 활동의 특성상 “BTS가 ‘번아웃(탈진) 증후군’을 겪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BTS는 특히 매년 대규모 해외 공연을 갖고 곡을 발표해왔다. 그래미 등 해외 시상식, 빌보드 등 해외 차트에서 좋은 기록을 할 때마다 어깨에 ‘국위 선양’ 타이틀을 짊어진 것도 부담이 됐을 거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멤버들은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 수차례 “방향성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RM은 “‘다이너마이트’ ‘라이프 고즈 온’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 뒤 ‘버터’, ‘퍼미션 투 댄스’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고 했다. BTS는 ‘다이너마이트(2020년)’ 때부터 영어 싱글곡 발매와 월드 투어, 해외활동에 주력해왔다. 반면 이전까지 함께 주력해왔던 한국어 정규 앨범 발매, 국내 활동은 거의 전무했다.
“죄송하다”는 표현도 썼다.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성숙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아침부터 헤어, 메이크업 등을 하고, 계속 뭘 찍어야 하니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힘들어 했다. 이어 “10년간 이렇게 방탄소년단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내가 (음악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숙성이 안 되더라”며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었다”고 했다.
멤버 슈가는 “제일 힘든 게 가사 쓰는 것”이라며 “항상 괴로웠고, 쥐어짰다. 그런데 이젠 정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BTS는 그간 연작 앨범 ‘화양연화’ 시리즈 등에서 방황하는 청춘에 대한 자전적 가사로 전 세계 팬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젠 그런 가사를 쓸 여력이 ‘고갈됐다’는 고백이 나온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심정을 신곡 “‘옛 투 컴(Yet to come. 신보 프루프 타이틀곡)’ 가사에 넣었다”고도 했다. ‘다들 언제부턴가/말하네 우릴 최고라고/온통 알 수 없는 names(이름)/이젠 무겁기만 해.’
◇'군백기’ 돌파구
이번 결정을 놓고 멤버들의 이른바 ‘군백기’(군대로 인한 공백기) 돌파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연장자인 멤버 진(1992년생)은 병역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에 입대를 고려해야 한다. 2018년 BTS의 최연소 화관 문화훈장 수여로 군 복무가 연기됐지만 그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국회 병역법 개정 논의가 추진됐지만, “지나친 특혜”란 대중 반발로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대로라면 BTS는 내년부터 모든 멤버가 무대에 서는 ‘완전체’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진은 개인활동에 대해서도 “내가 가장 마지막에 (솔로 앨범) 내지 않을까. 멤버들이 먼저 길을 닦아주면”이라며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전했다.
◇'개인 성장’ 위한 예정된 휴식
멤버들은 이번 개인 활동 선언이 “‘개인 성장’을 위한 예정된 휴식이었다”고 했다. 리더 RM은 유튜브 영상에서 “팩트만 말하면 사실 우리의 시즌1은 ‘온(ON·2020년 정규 4집 수록곡)’까지였다”며 “지난해부터 휴식을 고려해왔다”고 했다. 지난 10일 발매한 새 앨범 ‘프루프’와 관련해 최근 KBS, SBS, 엠넷 등 국내 음악방송 신곡 무대 사전 녹화를 마친 것도 “하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프루프 자체가 “(완전체 무대) 활동을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 아니었다”는 자막도 떴다.
◇향후 행보, 기록 행진 계속 이어나갈까?
이번 결정이 향후 이들의 빌보드 차트 순위, 해외 시상식 수상 등 기록 행진에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아이돌그룹이 개인 활동을 시작해 그룹 활동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영국 원디렉션(2016년 활동 중단), 미국 엔싱크(2002년 중단) 등 그룹 활동을 멈춘 후 다시 뭉치지 못하고 개인 활동만 이어가는 보이 그룹 사례도 많다.
하지만 “BTS라면 솔로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영대 평론가는 “최근 영국 원디렉션 출신 해리 스타일스도 솔로 앨범으로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며 “BTS 각 멤버들의 개인 팬 숫자도 적지 않은 만큼 향후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BTS 측은 또한 완전체 무대는 당분간 멈추지만, 멤버들이 함께 출연하는 자체 제작 웹예능 ‘달려라 방탄’은 비주기적으로 촬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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