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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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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미스터리 신라 유적'…경주 황복사지·능지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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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낭산' 특별전서 불상·비석 등 관련 유물 공개

"낭산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학계 연구 활발해지길"

연합뉴스

전(傳) 황복사지 출토 신장상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북 경주 낭산에 있는 '전(傳) 황복사지'는 문화재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유적으로 통한다.

일단 명칭부터 '전해진다'는 뜻으로 '전'(傳) 자를 붙인다. 황복사가 있던 절터 같은데, 사찰 이름이 아무래도 명확하지 않아 만든 지명이다. 황복사는 신라 고승인 의상대사가 654년 출가했다는 절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15일 개막한 특별전 '낭산, 도리천 가는 길'에는 황복사지와 관련된 기와가 한곳에 진열됐다. 기와에는 글자가 새겨졌는데, '황복'(皇福)도 있지만 다른 글자가 더 많다.

이현태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966년 '왕복'(王福) 글자 기와가 나오면서 절터를 황복사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해졌지만,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서는 오히려 '인백사'(仁伯寺)나 '선원사'(禪院寺) 글자 기와만 출토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높고 넓은 경주 남산과 비교해 덜 주목받았던 낭산(狼山)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특별전에는 황복사지 관련 유물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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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황복사지 삼층석탑 사리장엄구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문화유산은 국보 황복사지 삼층석탑에서 1942년 발견된 사리장엄구와 불상이다. 사리장엄구 금동 외함 뚜껑 안쪽에는 사리장엄구를 봉안한 연유가 기록됐고, 측면에는 점으로 표현한 불탑 장식 99개가 있다.

국보로 지정된 금제여래좌상과 금제여래입상은 높이가 12∼14㎝로 그다지 크지 않지만, 재질은 모두 순금이다.

신소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도록에서 두 불상에 대해 "입상은 692년 석탑을 세울 당시에 제작된 듯하고, 좌상은 사리장엄구를 안치한 70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세련된 미감과 섬세한 주조기술을 갖춘 불교조각 정수"라고 평가했다.

사리장엄구 뒤편에는 황복사지에서 출토된 다양한 비석 조각들이 전시됐다. 비석 조각은 돌 재질과 서체를 근거로 두 종류로 구분된다.

이 연구사는 "1935년 최남주와 오사카 긴타로가 비편(碑片)을 처음 발견한 이래 지금까지 15점이 넘는 비석 조각이 나왔다"며 "비석 인물 기재 방식을 보면 황복사에도 일정 기간 통일신라 사원성전(寺院成典)이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성전(成典)은 신라가 사찰 운영을 위해 둔 관청으로, 사천왕사·봉성사·감은사·영흥사 등에 있었다.

이 연구사는 "성전사원이 어떤 기능을 담당했는지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호국적 성격이 강했고 왕실 원찰(願刹·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한 사찰)로 기능했음은 분명하다"며 "왕권 정당성과 신성함을 뒷받침하는 사원의 중심에 낭산 사천왕사와 전 황복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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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탑에서 나온 소조불 좌상 조각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 후반부의 주인공은 또 다른 '미스터리 신라 유적'인 능지탑이다.

낭산 서편 능지탑은 과거에 신라 문무왕 화장터로 알려졌다. 하지만 1970년대 발굴조사가 이뤄진 뒤 본존불을 모신 금당(金堂)이라는 설과 독특한 형식의 불탑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조사 당시 폭 5.8m가량인 사각형 단과 네 면에 설치된 너비 약 4m인 감실이 확인됐다. 불상을 모시는 공간인 감실에서는 진흙으로 빚은 불상인 소조불 좌상 조각들이 발견됐다.

전시장에서는 소조불 발, 코, 무릎과 부처 머리 부분인 육계 등을 볼 수 있다. 또 수막새와 암막새, 장식기와인 치미 등 다양한 기와와 금동불, 석조불도 공개됐다.

허형욱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능지탑에서 30점쯤 나온 석조불에 대해 "고려시대에 제작됐다는 설이 있으나, 양주 회암사지 출토 불상과 비슷해 조선시대에 완성됐을 수도 있다"며 "능지탑이 후대에 보수됐을 가능성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연구사는 "낭산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전시를 계기로 전 황복사 터와 능지탑에 대한 학계 논의가 활발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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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탑 출토 유물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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