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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여성 집단구타 파장…곳곳에서 "나도 당했다" 폭력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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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직무유기·페미니즘과 연결되며 파장 확산…당국 대응 부심

연합뉴스

중국 탕산서 발생한 여성 집단 구타 사건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식당에서 식사중이던 여성들을 폭력배로 보이는 남성들이 집단 구타해 중국인들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곳곳에서 '나도 폭력 피해자'라며 실명 폭로에 나서자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두고 민심 이반을 우려한 중국 당국도 대응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0일 새벽 허베이성 탕산시의 한 식당에서 20대 여성 4명이 남성 7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확산한 일이다.

수사 당국이 피의자 9명을 신속히 체포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섰지만 '폭력배 등에게 폭행을 당했으나 제대로 된 법적 구제를 받지 못했다'는 등의 실명 고발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탕산의 한 케이크 가게 업주는 작년부터 폭력배들의 갈취 및 가게 내 난동 피해를 봤다고 밝혔고, 한 노인은 아들이 작년 8월 마을 공무원들로부터 집단 폭력을 당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또 탕산의 한 클럽에서 일하는 가수는 지난 5월 업주를 포함한 폭력배들에게 구타 및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한 여성은 2016년 아들이 폭력배들에게 구타당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탕산뿐 아니라 산시(陝西)성 시안에서도 지난 2월 요가 수련원 홍보 전단지를 돌리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이들 폭로가 주목되는 점은 우선 피해 주장이 궁극적으로 공안 당국을 겨냥하고 있는 점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체로 '폭력을 당했으나 법 집행 당국이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결국 공안 등이 가해자와 결탁하거나 가해자를 비호했다는 의혹 또는 직무유기를 했다는 의혹 제기로 귀결되는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지방과 중앙 당국도 대대적인 폭력 범죄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사태의 진원지인 탕산시는 각종 폭력 범죄 등에 맞서는 '천둥·폭풍'(기습적이고 전격적인 작전을 의미) 캠페인을 2주 동안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시 당국은 2주간의 캠페인 기간 폭력, 갈취, 도박, 매춘, 사기 등 일련의 범죄에 대해 시민 제보를 받고 엄단에 나서기로 했다.

또 중앙 당과 정부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13일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에서 "평안은 일반 국민 생활의 기본 요구이기에 공공안전을 해치는 폭력행위는 반드시 무관용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반드시 엄중히 법대로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율·감찰위는 또 "인민대중이 사회에 대해 더 만족하고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할 것"을 관련 부서들에 주문했다. 탕산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흐름은 젠더 문제 또는 페미니즘으로 연결되는 측면이다.

탕산 사건을 계기로 남성에 의한 폭력 등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광둥성 선전시의 한 여성이 사내 성추행을 고발한 일과 상하이에서 한 남성이 여성의 음료에 불상의 물질을 넣은 일, 한 대학교 내 여학생 욕실 불법 촬영 사건 등이 잇달아 소개되는 등 온라인상에서는 여성들의 피해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민생, 여성과 관련한 개별 범죄가 온라인에서 급속히 확산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 보호라는 정부 본연의 책임과 젠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각성을 유도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시기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둔 정치적으로 중요한 때이다 보니 중국 당과 정부도 대응에 부심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에는 인신매매를 통해 한 남성과 혼인한 여성이 목에 쇠사슬을 두른 채 생활하는 비참한 모습이 영상으로 폭로된 이른바 '쇠사슬녀' 사건이 있었다. 이 일에 분노가 확산하자 중국 정부는 '인신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여성 납치와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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