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세계 속 한류

“전 국민이 BTS처럼 되는 날...美·中 제치고 한국이 세계 1위 오른다” [송의달 LIVE]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립 20주년 맞은 동아시아연구원(EAI)의 하영선 이사장 [송의달이 만난 사람]

동아시아연구원(EAI·East Asia Institute)은 우리나라 민간 싱크탱크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이다. 외부 평가부터 남다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이 세계 1만여 싱크탱크를 평가해 발행하는 보고서(Global Go To Think Tank Index Report)에서 EAI는 2013년부터 줄곧 60위권에 올라있다. 2020년 조사에서는 세계 67위였다.

이는 국책 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16위)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32위)을 빼면 한국 연구기관 중 으뜸이다. 독립 싱크탱크로는 글로벌 순위 42위이다. EAI는 대기업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국내외 중견·중소 기업과 정부·개인의 기부와 지원으로만 경비를 충당한다. EAI의 이사장과 원장은 무보수(無報酬)로 일하고, 9명의 상근 직원 모두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조선일보

하영선 EAI 이사장은 만 32년 동안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외교학 전공 교수로 봉직했다. 2009년‘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수상했으며 <역사 속의 젊은 그들: 18세기 북학파에서 21세기 복합파까지>(2011), <사랑의 세계 정치>(2019)를 포함해 20여권의 저서를 냈다./EAI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영선(河英善·75)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2002년 5월 출범한 EAI의 산파(産婆)로 활동했고 올해로 만 10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달 7일 낮, 기자는 서울 종로구 사직터널 주변에 새 건물을 최근 마련한 EAI를 찾아 하 이사장을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3시간을 꽉 채웠다.

올해 창립 20주년...권력·돈·학연에서 ‘자유’

- 20년 동안 EAI가 지켜온 원칙이 있는가?

“처음부터 3가지 자유(自由)를 확보하고자 했다. 국내외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자유, 즉 보수·진보에 치우치지 않는 초당파성을 지키고자 했다. 금력(金力)과 학연(學緣)으로부터 자유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재정 사정이 어려워도 재벌들의 지원을 받지 않고, 나이와 지역·소속 대학 등을 묻지 않고 최고 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구성하고 있다.”

조선일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EAI는 올해 5월 서울 종로구 사직터널 주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자체 건물을 마련했다. 기업인, 학자, 의사, 변호사 등 200여명의 EAI 후원자들은 '조건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송의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1년도 연례보고서를 보면 총예산이 16억 원 남짓하던데.

“미국을 대표하는 브루킹스연구소는 연간 예산 1억 달러(약 1200억 원)에 직원 1000여 명을 두고 있다. 헤리티지재단과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연간 예산은 7000만 달러, 3000만 달러에 달한다. 우리는 미국 모델로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대기업의 독점적 후원 없이 소액 기부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후원회 모델을 택해 성공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미국 이외 나라에선 싱크탱크가 뿌리 내리기 매우 힘들다. 일본과 유럽, 중국만 해도 국력에 상응하는 민간 싱크탱크가 거의 없다. EAI가 외형 규모로는 적지만 세계 싱크탱크 순위에서 10년째 6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했다.

조선일보

미국 최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1916년 미국 기업가인 로버트 브루킹스가 세웠다. 워싱턴 DC 매사추세츠가(1775 Massachusetts Ave., NW)에 있다./wikipedia


- EAI의 특징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21세기형으로 집단 지혜를 모으는 ‘집현(集賢)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상근 직원을 최소하고 연구주제별로 국내외의 베스트 멤버를 네트워킹했다가 작업이 끝나면 해체하는 방식을 구사한다. 기동성 있게 움직이는 유목민(nomad)형 싱크탱크이다.”

하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내의 연구소나 언론들이 많은 돈을 들여 외국 전문가를 초청해 화려한 국제회의를 열고 있지만, 경비 대비 성과는 대단히 낮다. 우리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의 행사를 최소화 하는 대신, 국내적으로는 최고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공부 모임을 강조한다. 국제적으로는 세계 일류의 싱크탱크와 지속적인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도 다양한 국내 공부 모임을 진행 중이며, 브루킹스에 이어 하버드의 벨퍼 국제문제연구소(Belfer Center)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 민간 연구소 중 유일한 英文 북한 사이트 운영

- EAI가 진행하는 연구 과제는 어떤 것인가?

“크게 다섯 개이다. 첫째, ‘2050년’을 내다보는 안목에서 미중(美·中) 전략경쟁의 미래와 아시아·태평양 신문명건축을 미·중의 대표적 싱크탱크와 공동 연구하고 있다. 둘째, 북한 문제를 보수와 진보의 시각을 넘어 21세기 복합 시각에서 해석하고 풀어 보려 하고 있다. ‘Global North Korea: Zoom and Connect’라는 영문(英文) 인터넷 사이트는 이런 노력을 세계로 발신하는 창구이다. 셋째, 한일(韓日) 관계와 관련해 2013년부터 매년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일 미래대화’를 진행한다. 넷째, 14개국 22개 싱크탱크가 참여하는 ‘아시아 민주주의 연구 네트워크’ 사무국을 맡아 이를 주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1세기 중반 세계질서의 중심 화두가 될 기본 개념들을 미래 개념사 연구라는 시각에서 검토하고 있다.”

조선일보

EAI의 북한 관련 영문 인터넷 사이트 ‘Global North Korea: Zoom and Connec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왜 ‘2050년’을 내다보는가?

“지금부터 30년 앞을 철저하게 예습하고, 고민하며, 준비하지 않으면 21세기 중반 세계 무대에서 빠르게 밀려나 주변에서 서성거리게 될 것이다. 1970년대 초 국력이 엇비슷했던 남한과 북한의 현주소를 보라. 두 세대(世代)를 지난 오늘의 세계 무대에서 한국은 세계 최상위 10위권이지만, 북한은 세계 최하위 10위권이 됐다. 1990년대 초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던 일본은 30년 만에 한국과 비슷한 1인당 국민소득을 보여 주고 있다. 한 세대의 미래지향적 노력이 그만큼 중요하다. 30년 후인 2050년을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전략을 짜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30년의 미래지향적 노력 필요..;‘2050년’ 내다 봐야”

- 여러 장기 연구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주력하는 것이라면?

“21세기 세계질서의 기본 방향을 결정할 미·중(美中) 관계다. EAI는 10년 전부터 2050년대 미·중 관계 속의 한반도를 장기적 안목에서 내다보면서 추적·분석해 왔다. 한·미(韓美)나 한·중(韓中)이라는 시각에서 문제를 봐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2050년과 2100년대의 세계질서라는 바둑판을 전망하면서 2020년대의 미·중 관계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2050년 미·중 경쟁의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미·중의 전략경쟁은 현재 경제·기술·규범·군사 무대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050년 미국’은 상대적 쇠퇴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중국을 최대한 배제하고 동맹과 파트너와의 협력을 더 긴밀히 해서 21세기 중반 세계질서의 주도국 위치를 계속 유지해 나갈 전망이다. 이미 미국 GDP의 80%, 미국 군사비의 3분의 1 규모로 성장한, ‘2050년 중국’ 역시 미국의 배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대의 중심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일보

2021년 12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벨퍼 국제문제연구소가 발간한 '미중 기술 경쟁 전망' 보고서. 이 보고서는 "중국이 10년 안에 양자컴퓨터 등 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은 "전반적인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우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중 기술 경쟁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라고 했다./Belfer Cente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 이사장의 이어지는 말이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는 근대 이래. 보통 100년마다 전쟁을 통해 교체됐다. 새로운 주도국은 역사적으로 ‘질서 형성 국면(局面)→신흥 도전 국가와의 규범 논쟁 국면→치열한 군비 경쟁 국면을 거쳐 결국 전쟁이라는 마지막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핵무기의 등장과 핵전쟁 위험으로 현대 세계질서는 과거처럼 전쟁을 통한 주도 국가의 교체가 어려워졌다. 현재의 미·중 경쟁 관계가 2050년을 앞두고 본격 군비 경쟁으로 치닫는다면, 공멸(共滅) 위기에 직면하게 되므로 조심스레 공생(共生)의 돌파구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와 동맹이 최우선...도 세련되게 활용해야”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선택하고 움직여야 할까?

“현재와 미래의 세계질서를 동시에 고려한다면 우리의 선택은 자명(自明)하다. 21세기 중반의 한국은 우선 미국과 동맹이 주도하는 국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21세기 중반 세계질서의 공동 설계와 공동 건축의 중요한 일익(一翼)을 담당해야 한다. 21세기 중반 세계질서 무대에서 건재할 중국의 역량도 활용해야 한다. 미국 역량을 기반으로 중국 역량을 활용하는 세련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중국 배제 정책 속에서도 인도, 일본, 아세안은 중국을 활용하기 위한 미묘한 노력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2022년 5월 23일 공식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통상 협력체와의 비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이 ‘새로운 문명의 설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근대적 국력 기준인 영토, 인구, 경제력, 군사력만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21세기의 새로운 복합 시공간에서 근대와 탈근대의 복합력(複合力)을 동시에 키우기 위해, 우리가 상상력의 나래를 본격적으로 펴고 다음 한 세대를 달린다면,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과 함께 무대의 중심에 얼마든지 설 수 있다.”

하 이사장은 이렇게 밝혔다.

“우리가 국내, 남북한, 그리고 대외 관계의 양극화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2050년을 향해 전력 질주한다면 새로운 문명 표준의 공동 설계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아직은 메모리반도체나 BTS 같은 몇 개 분야에서만 그런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전(全) 국민의 BTS’라는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려면 19세기적 사고로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는 정계(政界)의 혁신적 변화가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BTS, 한국 주도의 문명 표준 가능성 보여줘”

- 2020년 12월 EAI는 <BTS의 글로벌 매력 이야기>라는 연구서를 냈는데.

“BTS가 전 세계 팬을 사로잡은 매력(魅力)의 정체가 무엇인가라는 핵심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기존의 한류(韓流) 열풍과는 다른 BTS만의 매력을 공부하고 결과를 책으로 묶었다. 경쟁애(競爭愛)에 빠진 ‘가짜 사랑(fake love)’을 비판하고 공생의 ‘소우주(Microcosmos)’를 노래하고 춤추는 BTS는 21세기 ‘새로운 문명 표준’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 초청받은 방탄소년단(BTS)의 RM(가운데)이 2022년 5월31일(현지시간) 브리핑룸에서 발언하는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붉은색 옷 차림을 한 이는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인 혐오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아티스트 BTS를 초청했다./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EAI의 단행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 이사장의 말이다.

“남북한 통일문제도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21세기의 남북통일은 과거의 소박한 근대적 통일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촘촘하게 그물망처럼 엮어 나가는 ‘천하통일’의 커다란 코를 뜨는 과정에서 남북통일이라는 작은 한 코를 떠야 한다. 우리의 매력과 실력을 극대화하고, 시간·공간을 폭넓게 쓰면서 미·중·일을 포함하는 세계를 엮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열린 통일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 그렇게 낙관적으로 볼만한 근거가 있나?

“대한민국이 겪어 온 역사적 체험과 품어온 고민은 세계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깊고 치열하다. 20세기에 들어서만도 식민지, 분단과 냉전, 한국전쟁, 양극화, 산업화, 민주화라는 숨가쁜 여정을 달려왔다. 여기서 담금질된 한국인들의 실력과 매력은 세계가 충분히 감동하고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에 세계 제일의 美中 연구소 있어야”

- 2050년을 앞두고 우리나라가 특별히 힘써야할 분야라면?

“우리는 미국,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이며 국력도 열세다. 따라서 2050년 한국의 꿈을 현실화하려면, 2050년 미국과 중국이 꿈꾸는 세계질서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미리 읽을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한국의 국운(國運)을 좌우할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세계 제일(第一)의 미중(美中) 연구소가 한국에 있어야 한다.”

하 이사장은 조선일보 2010년 2월 19일자 [하영선 칼럼]에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21세기 국제정치의 최대 문제다. (중략) (미국과 중국 간의) 서로 생각이 다른 혼란이 지속되면서 양국 관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갈 위험성이 있다. 그 피해를 볼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한반도다. 우리는 21세기 국운을 걸고 미·중 관계의 앞날을 읽고 대처 방안 모색에 전력(全力)해야 한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0년 2월 19일자 [하영선 칼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미·중 경쟁 국면이 고도화하면서 우리가 겪게 될 어려움을 극소화하려면, 나의 머리와 가슴으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느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세계 정책과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설계·집행하는 3인방인 커트 캠벨(Campbell)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정책조정관, 제이크 설리번(Sullivan) 백악관 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Blinken) 국무장관의 머리와 가슴 속을 꿰뚫는 분석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노리는 ‘2049년의 꿈’도 중국 지도자들의 머리와 가슴으로 들어가서 제대로 해몽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맡고 있는 커트 캠벨. 일명 '아시아 짜르(Asia Tsar)'로 불린다. 1957년생으로 옥스포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wikipedia


조선일보

커트 캠벨이 2016년에 발간한 저서 /Amazo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2050년 향한 ‘國家知' 모아야”

- 최근 출범한 책임진 윤석열 정부에게 조언한다면?

“2050년을 바라다보면서 향후 5년의 국정(國政)을 운영했으면 한다. 5년은 음악에 비유한다면, 2050년 한국의 1악장(樂章)도 아닌 서곡(序曲)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다. 미래와 공간을 21세기에 걸맞게 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국가지(國家知)’와 ‘집단지(集團知)’를 모아야 한다. 2050년의 미중 관계, 한일 관계, 남북한 관계 속에서 우리의 길이 보일 것이다. 과거 정권들의 한계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자족(自足)한다면, 5년 후의 평가는 실패한 정권에 그칠 것이다.”

그는 “지금부터 23년 후면 대한민국 해방 100주년(2045년), 26년 후면 정부 수립 100년(2048년)이 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17차 당대회(2007년) 때부터 공산당 100주년(2021년)과 신중국 건국 100주년(2049년), 이른바 양백년(兩百年)을 목표 시점으로 잡고 중화민족 부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2021년 7월1일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상공이 오색 풍선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등 국가 수뇌부·원로와 군중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가 펼쳐졌다./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EAI의 핵심 목표를 두 개만 꼽는다면?

“한국과 세계의 2050년을 미리 정확하게 읽어내고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질서가 당면하게 될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을 국내외적으로 발신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EAI의 ‘판세 읽기’와 ‘묘수풀이’가 전 세계 싱크탱크를 선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하나는 북한 분야에서 세계 3대 전문 연구기관이 되고자 한다. 인공위성 분석으로 특화한 미국의 ‘38노스(North)’와 사회과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미국 CSIS와 달리, EAI는 그들이 못하는 차별화된 연구로 경쟁하려 한다. 북한 지도자의 심중(心中)을 헤아리는 ‘해석학적 독심술(讀心術)’은, 국제 싱크탱크 중에 ‘북한 언어’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EAI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EAI 사랑방' 소속 청년들과 하영선 이사장이 2020년 1월 일본 큐슈의 나가사키 현지를 답사한 뒤 토론하고 있다. 일본 메이지유신의 주역 중 한 명인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1835~67년) 초상화가 보인다./EAI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재 박규수처럼 2030 키우고 ‘知的 DNA’ 전달”

- EAI는 10년째 젊은 세대를 위한 ‘EAI 사랑방’ 공부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통 천하 질서가 서양 근대국가 질서로 바뀌던 구한말, 개화의 선각자인 박규수 선생의 사랑방에서 이름을 빌려왔다. 매년 10여 명의 소수 정예를 뽑아 현대 동서양 국제정치이론과 동아시아 질서 건축사에 관한 강독과 토론을 하고, 중국과 일본의 해외 답사를 한다. 매주 읽고 공부하는 과정은 세계 일류 대학교에서 읽어야 할 분량을 훨씬 뛰어넘는 ‘지적 유격(知的 遊擊) 훈련’이다.”

- 좌우명이나 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이 있는가?

“환재(瓛齋) 박규수(朴珪壽·1807~1876) 선생의 평생 좌우명인 ‘냉안간시무 허심독고서(冷眼看時務 虛心讀古書)’라는 말을 늘 되새긴다. ‘차가운 눈으로 시무를 보고 비운 마음으로 고전을 읽는다’라는 뜻이다. 시무에 관심없는 고서 읽기로는 골동품 수집 이상의 지식인이 되기 어렵다. 고서 읽기의 안목없는 시무 분석은 천박한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환재가 70세의 죽음을 앞두고 손자뻘의 10~20대 청년들에게 개화사상을 여러 해 가르쳤던 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다음 세대가 있어야 조선이 살아남는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EAI 사랑방의 젊은 제자들에게 이런 지적(知的) DNA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선일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역내(域內)에 있는 환재 박규수 선생의 집터 표시석(標識石). 뒤에 서 있는 백송(白松)은 환재의 고택에서부터 있던 것으로 현재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8호로 지정돼 있다./송의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연암 박지원(朴趾源)의 손자인 박규수는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우의정에서 물러난 뒤 그는 1874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3년간 지금의 헌법재판소 본관 옆에 있던 자기 집에 사랑방을 열어 젊은 세대들을 모아 가르쳤다. 10대 중반인 박영효부터 20대 중반의 김옥균·서광범·유길준과 30대의 김홍집, 40대의 오경석·유대치 등이 그의 사랑방에서 공부했다. 박규수(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서광범. 이들은 구한말 개화파의 중심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세기 비전 가진 새 정치 세력 등장해야”

- 우리 국민은 205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전략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反세계화(De-globalization) 바람이 강하지만, 21세기 세계 질서가 공멸 위기 대신 공생 기회를 활용하려면 조심스러운 재(再) 세계화(Re-globalization)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읽고 미리 준비하는 국가와 사람이 미래 세계 질서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냉전의 이분법적 사고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 주도 세력 대신 21세기의 복합적 비전을 가진 새로운 정치 주도 세력이 국민적 성원 속에 등장하는 일이다. 이들이 세계 질서 주도국과 함께 신질서를 공동 설계하고 건축하는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양극화된 국내 역량을 새롭게 단결시켜 나가야 한다.”

[송의달 에디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