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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강남 대신 ‘강북 6평 원룸족’에 꽂힌 이유 [라인업]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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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강남 대신 ‘강북 6평 원룸족’에 꽂힌 이유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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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베네수엘라와 전쟁 배제하지 않아" NBC
집값 폭등 대도시에나 있다는 ‘코-리빙’ 상륙!
가구 공룡이 2030 서울 원룸족을 노린다?
코-리빙 파헤치러 ‘강북 수유리’ 떠보니...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인 '에피소드 수유 838'의 개인 원룸 공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인 '에피소드 수유 838'의 개인 원룸 공간.


#코-리빙(co-living·공유 주거): 침실과 공부방을 겸한 개인 원룸을 빼고 주방과 거실 등의 공간을 과감히 ‘공유’하는 주거 형태.



얼마 전부터 청년 1인 가구를 겨냥한 새로운 주거 공간인 ‘코-리빙’ 주택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부쩍 늘었다. 얼핏 기숙사나 하숙집과 비슷해 보이지만, 공유 공간이 넓고 쾌적해 웬만한 호텔 저리 가라 할 수준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이 상상을 더해 유추한 코-리빙 하우스 특징은 대략 이렇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인 '에피소드 수유 838'의 공용 라운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인 '에피소드 수유 838'의 공용 라운지.


[ 서울 성수 또는 강남 한복판에 있는 노출 콘크리트 건물, 층고 높은 라운지로 들어서자 통창으로 햇살이 한가득 쏟아진다. 곳곳에선 관엽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북유럽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헤이(HAY), 비트라(VITRA) 쇼룸에 온 듯한 인테리어, 덴마크식 ‘휘게(hygge·행복하고 여유로운 상태)’ 정신까지 내뿜는 부분 조명, 향긋한 커피와 수제 맥주가 가득한 꿈의 거실에 다양한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왠지 그래픽 디자이너, 비디오 아티스트, 패션 종사자이거나 힙합 래퍼일 것 같다. MZ세대의 주거 판타지를 온통 쏟아부은 쿨한 공간에서 관리인이 조심스럽게 운을 뗀다. “임대료는 보증금 3000에 월 180입니다.” ]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인 '에피소드 수유 838'의 공용 사무공간.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인 '에피소드 수유 838'의 공용 사무공간.


잠시 현실로 돌아와볼까. ‘미친 집값’ 탓에 우리나라 청년 세대의 주거 환경은 나날이 팍팍해지는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나라 1인 가구 수(2020년 기준)는 664만으로 세 가구 중 하나(31.7%) 꼴이며, 이 중 절반은 원룸·빌라·다세대 주택 등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월세 32만원에 29.93㎡(9.1평)짜리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2021년 1분기)됐다.


주거 안정을 둘러싼 2030의 절망과 욕망은 기성 권력과 자본의 주요 관심사. 2년 전 LH공사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동탄 행복주택 쇼룸’ 홍보 행사에 4억5000만원을 쏟아부었다가 뭇매를 맞았고, 서울시는 동묘 모텔을 개조한 16~21㎡(5~6평)짜리 임대 원룸(보증금 5000만·월세 50만원)을 내놨다가 조롱을 샀다. 몇년 전 한 기업이 선보였던 공유 하우스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를 요구해 ‘수백만원짜리 교도소’라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서울시가 지난 2020년 종로구 숭인동의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만든 청년 임대주택 '영하우스'의 내부 모습. 허름한 모텔 방과 다를바 없어보이는 이곳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책정됐다.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굉장히 반응이 좋다. 근사하다"고 주장했지만, 207가구 중에 180여가구가 입주 전 계약을 취소했다. /조선일보DB

서울시가 지난 2020년 종로구 숭인동의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만든 청년 임대주택 '영하우스'의 내부 모습. 허름한 모텔 방과 다를바 없어보이는 이곳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책정됐다.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굉장히 반응이 좋다. 근사하다"고 주장했지만, 207가구 중에 180여가구가 입주 전 계약을 취소했다. /조선일보DB


◇런던·뉴욕서 본 ‘코-리빙 하우스’가 서울에?

사실 코-리빙 하우스는 2015년쯤 런던·뉴욕·파리·홍콩처럼 집값이 비싼 대도시 저소득 젊은 층을 위해 등장한 주거 모델이다. 이전까지 이들 도시에 사는 저소득 청년들은 이른바 ‘셰어하우스(share house)’나 ‘콜로카시옹(colocation)’에서 살았다. 방 두 개, 거실 하나 딸린 집에서 3~4명의 젊은이가 함께 사는 형태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꽤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만, 실제 생활 환경은 열악한 편이었다.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고, 작고 비좁은 주방·욕실·화장실은 여러 명이 나눠 썼다. 이마저도 수요가 넘쳐 나중에는 베란다에 텐트를 치고 사는 청년들까지 등장했다.

조선디자인랩=이연주

조선디자인랩=이연주


코-리빙 하우스는 기존 셰어하우스에서 발생했던 문제를 보완한 사업 모델이다. 우선 기업이 건물 하나 혹은 몇 개 층을 확보한 다음, 16~26㎡(약 5~8평) 크기의 혼자 쓰는 방을 입주자 수만큼 만든다. 대신 함께 쓰는 부엌, 세탁실, 카페, 라운지, 체력단련실 등은 가능한 크고 좋게 꾸민다. ‘독점’하는 공간은 원룸이지만, 활용 가능한 공간은 수백평에 달한다는 게 차별화 경쟁력이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MZ세대 주거실태’ 보고서는 “집값 폭등으로 주택 개념이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있으며, 축적 자산이 적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코-리빙 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 1위 브랜드도 ‘수유 6평 원룸’ 손 댔다

아무리 글로벌 트렌드라고 해도, 갑자기 ‘벼락 거지’로 전락한 대한민국 무주택 청년들에게 코-리빙 하우스는 한가롭고 허황된 얘기로 들리는 게 사실이다. 공유 주거의 현주소가 궁금한 라인업 팀은 코-리빙 하우스를 찾아가 실제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샅샅이 살펴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올해 초 문을 연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에피소드 수유 838’이다.

SK그룹의 부동산 계열사 SK디앤디가 만든 이 건물은 총 818세대 규모로 입주율이 현재 70%에 달한다. 이곳에는 온통 ‘이케아’ 디자인 가구와 소품으로 꾸민 공간도 존재한다. 이케아는 최근 이곳에서 ‘서울 2030 원룸족’을 겨냥한 브랜드 홍보 행사를 열기도 했다. 글로벌 인테리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가구 공룡이 강남도 아니고 ‘수유 6평 원룸’ 디자인까지 손 댄 이유는 뭘까. 이케아의 미래 전략을 설계하는 리서치·디자인랩 ‘스페이스텐’은 2050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로 몰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이케아는 교외가 아닌 도심에 잇따라 신규 매장을 열고 있으며, ‘협소 주택 디자인‘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유튜브 채널 '라인업 LineUp'


지난해 말에는 도쿄 신주쿠 한복판에 초소형 원룸(10㎡·3평)을 만들어 월세 99엔(1000원)에 임대 기회를 주는 이벤트를 벌였고, 서울에서는 지난달까지 에피소드 수유 838 이케아 층에서 ‘하루 살기·1년 살기’ 참가자를 모집했다. 보증금 1000만원에 매달 60만~70만원씩을 내야하는 수유 코-리빙 하우스 무료 체험 이벤트에는 모두 6500여명이 응모했다.


과연 코-리빙은 ‘초고밀도 서울’의 부동산 문제를 해소할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라인업 취재팀이 에피소드 수유 838에서 1박 2일 머물며 느낀 장·단점을 라인업 유튜브 채널에서 두 편에 걸쳐 공개한다.



#STORY 조선일보 한경진·김지섭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김민석 인턴PD

#유튜브 바로가기 [EP.12 ★구독자 이벤트 스피커★ MBTI E/I가 이케아 공유하우스에서 24시간 보낸다면? ] https://youtu.be/I1hNLyglWfw

[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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