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황해문화 '한류' 특집…"글로벌 OTT에 의존하면 위축될 것"
4월 27일 열린 '제1회 한류 콘퍼런스'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국 대중문화 '한류'가 세계 문화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적 특성이 오히려 점차 희석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기웅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인문교양 계간지 '황해문화' 최신호가 다룬 특집 '포스트 지구화 시대, 한류로 대면하기' 기고문에서 "한류가 탈영토화를 거치며 한국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고, 그럴수록 한류의 한국성은 편의적·관습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류는 시공간의 위계를 전복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등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면서도 과연 한류를 한국으로 바꿔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의문스럽다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한류가 세계적 대중문화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 미국에 본사를 둔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근 애플TV+가 제작한 드라마 '파친코'에 대해 한국 미디어는 한류 드라마라고 부르고 싶어하지만, 투자와 제작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품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넷플릭스나 애플TV+ 같은 OTT가 주로 미국 중간계급이나 상류층을 겨냥한다는 사실도 한류에서 한국적 색깔이 옅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교수도 한국 콘텐츠의 OTT 의존 심화 현상을 비판하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한류가 단기적 과실만 추구할 경우 거대 플랫폼에 지배당할 가능성도 크다"고 짚었다.
이어 "디지털 플랫폼에 의한 신한류 확산은 글로벌 파워와 지역 파워 간 갈등을 상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타국 자본이나 기술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한류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한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영한 한국외대 교수는 한류를 '문화 홍수'에 비유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일'(海溢)이 아닌 '지류'(支流)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한류의 영향력이 다양한 지역, 집단, 국가의 문화와 정체성에 위협이 돼서는 안 된다"며 "한류가 미국 대중문화의 단일성을 흔들면서 새로운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현저하고 의미 있는 문화로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김예란 광운대 교수는 한류를 상징하는 알파벳 K가 남용·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국인들이 한류를 자랑스러워하는 문화민족주의가 국가 주도형 문화정책의 산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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