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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心도 잡고… “오세훈, 기대되는 시·도지사” 1위에

조선일보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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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心도 잡고… “오세훈, 기대되는 시·도지사” 1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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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오세훈 시장, 서울 426개동 ‘싹쓸이’
작년 보선때 박영선에 뒤졌던 창신2·성산1 등 5개동도 앞서…
與내부 “차기주자 중 가장 유리”
일각선 “최약체인 상대후보 덕”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이 지방선거 다음 날인 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17명의 시장·도지사 중 앞으로의 시정(市政)·도정이 가장 기대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20%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꼽았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과 공동 1위지만, 서울 거주 응답자만 놓고 보면 거의 절반(48%)이 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내 차기 대선 주자 중에서 오 시장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 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면서 사상 최초의 4선 서울시장이 됐다. 여야의 ‘텃밭’인 영호남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지사 후보 가운데 오 시장(59.05%)만큼 높은 득표율을 올린 경우는 없었다. 승리의 ‘순도(純度)’도 높다. 오 시장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부에서는 물론, 426개 행정동의 425개 투표소 전부에서 송 후보에게 앞섰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앞섰던 창신2·성산1·화곡8·구로3·항동 등 5개 동에서도 이번엔 오 시장이 이겼다. 오 시장 득표율도 지난 4·7 재·보궐선거(57.90%)보다 더 높아졌다.

이번 선거에서 20·30대 남성은 국민의힘에 투표하고 20·30대 여성은 민주당에 투표하는 성별 쏠림 현상이 반복됐지만, 오 후보는 20·30대 여성 표도 상당 부분 흡수했다. 지상파 3사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시·도지사 후보들은 전국적으로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으로부터 각각 30.0%, 42.2%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예측됐지만, 오 시장은 이보다 각각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37.4%, 51.5%로 예상됐다. 구청장은 민주당을 찍은 유권자도 시장은 오 시장을 찍는 ‘교차 투표’ 현상이 두드러졌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야전사령관’을 자처하면서 국민의힘의 서울 구청장과 시·구의원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 나경원·진수희 전 의원, 최재형·배현진·조수진 의원 등 지명도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을 캠프에 합류시키고, 이들과 함께 서울의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원하는 유세를 펼치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서울 서부권을 집중 공략했다. 당 관계자는 “오 시장 덕분에 구청장과 시·구의원 선거도 크게 앞선 측면이 있다”며 “당내에서 오 시장의 입지가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당분간 시정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시장 직무에 복귀한 오 시장은 기자들에게 “(박원순 전 시장이 있었던) 10년간 시정이 어떻게 정체돼 있었는지, 어느 부분이 나아졌는지 파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며 “당분간은 구상을 가다듬는 데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어려운 분들을 위해 시정을 하겠다는 각오가 10년 정치 휴지기 때부터 마음속에 있었다”며 “4년 동안 ‘약자와의 동행’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 확장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오 시장의 압승이 정말로 오 시장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가 더 커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민주당의 약세로 인한 반사이익인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오 시장이 약점이 없는 강한 후보이기도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는 중도층 입장에서 찍어줘야 할 이유가 없었던 후보로서 민주당의 역대 서울시장 후보 중 최약체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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