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왕따' 만들겠다던 사우디 방문...선거 전에 고유가 잡을 수 있을까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온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난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예정된 유럽과 이스라엘 순방 일정에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전통적 ‘혈맹’으로 꼽히는 나라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쓰던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되고 미국이 실세 빈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하면서 양국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우디 왕족 가문이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들을 왕따로 만들겠다”며 비판해왔다. 대통령 취임 한 달 후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는 미 국가정보국(DNI) 기밀 보고서를 공개해 사우디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사우디가 주도하는 산유국 연합 ‘OPEC 플러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의 원유 증산 요구를 거절하고 빈살만 왕세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 요청도 거부하는 등 양국 관계는 7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기로 한 것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와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안으로는 가스 가격을 떨어뜨리고 밖으로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고자 한다”면서 “이번 방문은 도덕적 분노에 대한 현실정치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듯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날 사우디에 연이아 유화적인 신호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예멘 내전 당사자들이 휴전을 두 달 연장하자는 유엔의 제안을 수용한 데 대해 “사우디가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성명을 내놨다. 이는 휴전 연장 합의 과정에서 사우디의 노력을 추켜세운 것이다. 앞서 사우디를 포함한 아랍 동맹군이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은 지난 4월 두 달간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휴전 연장 합의와 관련해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의 리더십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날 발표된 ‘OPEC 플러스’의 증산 합의 결정에 대해서도 별도 성명을 내고 사우디의 역할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필요를 위해 인권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 세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국제작가단체 ‘펜 아메리카’의 수전 노설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교차하는 위기들에 직면하면서 인권에서의 우선순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사우디 관계 전문가인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미국인들의 관심은 예멘 어린이들의 목숨이 아니라 가스 가격이라면서 “사우디가 실제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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