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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러시아 포함한 증산, 무슨 의미?"…신뢰잃은 OPEC+에 치솟는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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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OPEC+ 증산량 확대에도 국제유가 상승…

제재로 생산 급감한 러시아도 증산량 분담,

시장 실제 공급량, 증산 목표 절반 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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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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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드디어 추가 증산에 합의했지만,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여전했다. 산유국이 합의한 증산 규모가 경제제재로 줄어든 러시아의 생산량에 훨씬 못 미치고, 앞서 증산 합의에서 제외될 줄 알았던 러시아가 여전히 포함되면서 시장 내 실망감이 커진 여파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오는 7월과 8월에 걸쳐 하루 64만8000배럴씩 증산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증산량 43만2000배럴보다 무려 50%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OPEC+ 산유국 석유장관들은 성명에서 "원유와 정제제품 모두에서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세계 경제 주요 중심지의 (코로나19) 봉쇄가 최근 해제돼 경제활동이 재개된 것에 주목했다"며 생산량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날 OPEC+의 예상 밖 증산 확대를 반기지 않았다. 이번 합의가 원유시장 공급 부족 문제 해결 등 국제유가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란 이유에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국제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8월물 가격은 이날 전일 대비 4.13% 오른 배럴당 118.25달러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가격은 1.85% 오른 배럴당 117.39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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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대상된 러 원유, 증산에 아무 도움 안 된다"

시장은 산유국들이 합의한 증산량이 서방의 경제제재로 줄어든 러시아의 산유량에 훨씬 못 미친다는 이유로 이번 합의가 원유 공급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CN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해진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로 러시아의 하루평균 산유량은 약 100만 배럴 이상이 줄었다.

이번 증산 합의에 러시아가 포함된 것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증산 할당량은 사실상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산유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OPEC+는 산유국의 생산 능력에 따라 증산량을 분배한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러시아 등 석유 생산능력이 높은 국가가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구조로, OPEC+의 목표 생산량이 늘면 러시아가 책임져야 하는 증산 할당량도 증가하게 된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줄을 막고자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에너지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EU는 이날 러시아산 원유 92%의 수입을 연말까지 금지한다는 등의 조치가 담긴 6차 대러시아 제재안을 채택했다.

OPEC+ 회의를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 생산량 확대를 위해 향후 증산 합의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날 회의 결과엔 포함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원자재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OPEC+ 증산발표는)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발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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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마니파 유전 /사진=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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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실제 생산량, 목표치 절반에 그칠 듯"

일부 산유국이 합의한 증산 규모대로 석유를 생산하지 못할 거란 우려가 여전한 것도 문제다.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일부 산유국은 생산시설 노후화, 지정학적 위기, 팬데믹 이후 줄어든 투자 등으로 최근 몇 달 동안 OPEC+에서 합의한 증산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OPEC+ 회원국 전체의 석유 생산량은 목표치보다 260만 배럴이 부족했다.

UBS 원자재 분석가인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OPEC+의 산유량 확대 합의가 시장 내 공급 증가로 이어지겠느냐"라고 반문하며 "실제 산유랑 증가는 (산유국들의 합의한) 목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산유국들의 생산량 증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증산 발표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치적 신호'로 해석하며 중동 국가들의 추가 증산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정보업체 에너지에스팩트의 암리타 센 공동설립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앞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개선을 위한) 잠재적 토대를 마련해 9월 이후 추가 생산량 확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말 예정된 유럽·이스라엘 순방 일정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추가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해 이집트, 이라크, UAE 등 아랍국가 지도자들과 만나 원유시장 안정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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