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부터 인앱결제 안 쓰면 삭제 조치
네카오 웹툰, OTT 등 가격 줄줄이 인상
소비자 단체 고발, 창작자들은 소송 제기
방통위 뒤늦은 규제에 업계 "불확실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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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이달부터 본격 시행하면서 그에 따른 반작용도 거세게 일고 있다. 앱 개발사들이 뒤늦게 새 결제 방식을 속속 도입하는가 하면 소비자들은 구글 최고경영자(CEO)를 고발하는 등 모호한 법령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1일부터 앱 마켓에 입점한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대한 인앱결제를 강제하기 시작했다. 앞서 인앱결제를 의무화한다는 정책을 공지만 해왔는데 이제부터 이를 지키지 않는 앱은 삭제 조치를 당할 수 있다. 인앱결제란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스템 안에서 처리되는 결제 방식을 말한다. 그에 따른 수수료도 발생한다. 기본 11~30%이고 전자책, 웹툰·웹소설, 음악 등 창작자가 콘텐츠를 만드는 앱에 대해선 이보다 할인된 6~15%(구독 모델 포함)를 부과한다.
그동안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 앱을 운영해오던 개발사들은 대거 새 결제 방식을 적용했다. 소비자들이 결제할 때 앱 안에서 구글 결제와 제3자 결제(개발사 결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바꾼 것이다. 두 방식 모두 구글에 내는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발사들이 디지털 재화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형태는 제각각이다. 대부분 부담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웹툰(페이지)은 20% 올려 구글에 내는 수수료(6~10%) 보다 더 높게 책정했다. 모두 iOS(애플) 가격과 맞춘 것이다. 웨이브·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구글에 내는 수수료만큼인 약 15%를 올렸는데 대신 iOS 가격을 기존보다 20%가량 낮춰 균형을 맞췄다.
가격 부담 탓에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더 싼 가격에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앱 바깥인 웹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웹툰 웹사이트에서 결제하면 앱 마켓 수수료를 뺀 가격으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루트는 앱 안에서 안내하면 구글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각 개발사 웹사이트나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콘텐츠 업계는 구글 정책이 국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법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구글이 앱 내 수수료가 발생하는 결제 방식만을 쓰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이날 경찰에 구글을 인앱결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반면 구글은 기존 구글 결제만 강제해오다가 3자 결제도 열어둠으로써 선택권을 줬으므로 “강제한 게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방통위는 추후 구글의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규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구글 정책 시행으로 다 바뀐 마당에 뒤늦은 규제가 무슨 의미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출판사와 작가들은 조만간 법원에 구글의 불공정 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법이 애초부터 모호하다 보니 하위 법령 만든다고 몇 달, 해석한다고 몇 달,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규제해도 구글이 불복 소송을 낼 텐데 수년간 옥신각신하며 불확실성만 더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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