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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100일... 러는 핵미사일 훈련, 美는 첨단 로켓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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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100일

모스크바서 핵 발사 대규모 훈련

“폭발력 10kt 전술핵 사용 가능성”

美, 8700억원 규모 지원안 발표

HIMARS 1문이 축구장 1개 초토화

러 “선 넘는 직접적 도발” 반발

우크라이나 전쟁이 3일로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러시아가 다시 한번 ‘핵 위협 카드’를 꺼내 흔들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강력한 경고를 보냄으로써 전투 의지를 꺾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미국과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에 화력전을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체계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무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전세를 바꿀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은 1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이날 수도 모스크바 북동쪽 이바노보주(州) 인근에서 핵 미사일 발사를 위한 대규모 모의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훈련에는 지난달 9일 2차 대전 전승 기념일 행사에 나온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차량 등이 동원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만약 핵무기를 쓴 다면 폭발력 10kt 미만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0kt 전술핵 무기는 피해 면적을 서울 용산구 면적(21.87㎢)과 비슷한 20㎢ 정도로 제한하면서 10만~20만명 정도의 사상자를 낼 수 있다.

이에 대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서방은 크게 반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 직후 “러시아가 지난 1월 핵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엔 성명에 합의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앞으로 전쟁이 수개월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지만,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면 내일이라도 전쟁이 끝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7억달러(약 870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안을 전격 발표했다. 미 육군과 해병대가 운영 중인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을 비롯해 대(對)포병 및 항공 감시 레이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발사대, 구(舊) 소련제 Mi-17 헬리콥터, 보병 전술 차량 15대, 각종 탄약과 포탄 등이 포함됐다.

조선일보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이 중 단연 주목을 끄는 것은 HIMARS와 대포병 레이더다. HIMARS는 한 번에 6발의 로켓을 쏠 수 있는 다연장 무기로 1문이 보통 포병 1개 대대의 화력과 맞먹는다. 한 번 공격으로 축구장 1개 정도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미국은 특히 사정거리가 70~80㎞에 달하는 로켓탄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외에도 M777 견인포 90문을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금까지 사정거리가 20㎞가 채 안 되는 구식 야포만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러 차례 “러시아군의 장거리 포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HIMARS와 최신 야포 등의 지원을 요구해왔다. 뉴스위크는 “이런 장거리 타격 무기들이 대포병 레이더와 결합할 경우, 러시아군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포병 레이더는 상대방이 포를 쏠 경우 즉시 그 위치를 파악해주는 레이더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연방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포병 레이더와 각종 방공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dpa통신은 “독일은 대포병 레이더 외에 현존 공대공 미사일 중 최고 성능이라는 IRIS-T 미사일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후방에 공습을 퍼붓는 러시아 전폭기를 요격할 수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며 분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서방의 최신 다연장 로켓 무기 지원은 ‘선을 넘어서는 직접적인 도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미국의 최신 로켓 무기 체계 제공 결정을 극도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양국 간 직접 충돌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다연장 로켓 무기를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사용하지 않겠다고 미국에 확실히 약속했다”며 러시아의 우려를 일축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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