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입니다. 아직은 개념 뿐인 이런 '이동의 미래'가 우리 현실 속에 실제 구현되는 건 언제쯤일까요?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이동연구소장은 “상용화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해야 할 일 많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UAM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체만 봐선 안 된다는 겁니다. 기체가 뜨고 내릴 이착륙장과 그곳과 목적지를 연결하는 소위 라스트마일 서비스, 비행 고도 등 각종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모빌리티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을 장 소장에게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3화 중 일부입니다.
모빌리티는 종합예술에 가깝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본사에서 만난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이동연구소장. ⓒ이승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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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 기술 조직'에서 현재 주목하는 키워드는 3가지입니다. ①새로운 이동체(자율주행·로보틱스·UAM*) ②기존에 없던 서비스(라이프스타일·공간 혁신 경험) ③디지털 트윈(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입니다.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항공교통. 하늘을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미래 도시교통 체계.
이 중에서 저는 모빌리티에 관심을 둔 분이라면 많이 궁금해할 자율주행과 UAM 이야기를 풀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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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율주행 기술 평가 기준, 뭘까
먼저 '자율주행'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12월 세종시에서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유료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었죠. 이때 오토노머스에이투지라는 업체가 함께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21년 12월부터는 저희가 직접 제작한 차량을 활용해 판교에서 자율주행 시범서비스를 운영했습니다. 일부 도로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서비스'가 시작된 겁니다.
저희는 왜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도했을까요? 이 서비스는 기존의 택시 호출이 있는데, 자율주행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했습니다.
또 자율주행은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미국과는 다른 한국 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자는 뜻이 자율주행 서비스로까지 이어졌어요.
이렇게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기술 수준을 많이 물어보십니다. "정말 사람이 손 하나 대지 않고 운전하나요?"와 같은 것들이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업계에서 기준으로 삼는 건 자율주행 운행 거리·사람의 운전 개입 빈도·사고 빈도 등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지표에만 집중하려 하진 않습니다. 왜냐면 운행 환경(난이도)에 따라 이 지표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거든요.
서울 강남의 복잡한 길을 돌아다닌 자율주행과 경부고속도로에서 넓은 차선만 오간 자율주행이 엄연히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죠.
요즘 업체들은 숫자를 넘어 차량이 얼마나 복잡한 기상·도로 환경에서 서비스를 잘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어요. 이를 ODD*라고 표현하는데요. 도로가 얼마나 복잡하고 환경은 어떤지, 기후 영향은 어떤지 등을 고려하는 개념입니다.
*ODD(Operation Design Domain) : 운영 설계 영역. 차량이 동작 가능한 구간을 말한다.
이를 토대로 저희 기술 수준을 설명하면, 현재는 '판교의 일정 구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전자 개입 빈도를 최소화하며 운행을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교통 체증이 극심한 출퇴근 시간이나 폭설·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까지 대응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러시아워를 피한 시간에 운영되죠. 다만 현재 기술상으로 대학 캠퍼스나 리조트와 같은 '지오펜스*' 구역에선 안정적으로 운행 가능해요.
*지오펜스(geofence) : 지리상 위치나 특정 지역에 대한 가상의 경계.
장 소장은 ″리조트에서 카트가 자율주행으로 다니는 건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Unspla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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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는 '어려운 골목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준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해야 합니다. 아직도 여러 업체가 그 단계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죠.
다만 여기서 제조 중심의 양산차 업체와 서비스 중심의 IT 업체가 자율주행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차이점을 볼 필요는 있습니다. 결국에는 양쪽이 만날 거긴 하지만요. 지금은 출발점이 조금 달라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양산차 업체는 어떤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동작할 자율주행 시스템이 필요해요. 그래서 고속도로 보조주행과 같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위주로 기술을 내놓고 있죠.
반면 IT 업체는 모든 환경에 바로 적용할 기술보다는 특정 환경에서 먼저 시도하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 기준은 대학 캠퍼스거나, 리조트 혹은 특정 지역일 수 있는 거죠.
미국이나 일본의 일부 실버타운에서는 이미 골프 카트가 자율주행으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저희가 세종시, 판교에서 먼저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그러면서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양쪽 업체는 ‘궁극적인 자율주행’에서 만나게 될 거에요. 다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키워드는 2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데이터고, 둘째는 전략적 우선순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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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지하주차장, 사람보다 기계에 유리한 이유
경험에 기반을 둔 운행은 현재의 주류이지만, 앞으로는 경험이 없이도 스스로 학습해 대응하는 시스템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운행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사람처럼 도로주행 연습을 몇 번 하면 악천후나 새로운 길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학습 시스템이 아직 상용화된 자율주행에는 없습니다. 결국 골목길 같은 특이 케이스에 대한 훈련이 계속 필요합니다.
이걸 하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업체는 '우선순위'를 고민하게 됩니다. 인력과 돈, 시간과 장소 모든 게 필요하죠. 그래서 업체들은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로 더 많은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자율주행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악천후, 한정된 장소 등을 시도하는 이유죠.
이 흐름이 확장되면, 결과적으로 한국의 어려운 골목길도 기술로 대응이 가능해질 겁니다. 상상을 좀 더 펼친다면, 오히려 사람에게 버거운 비좁고 난해한 지하주차장이 시스템엔 더 편해질 수 있죠. 학습을 끝낸 시스템이 카메라와 레이더, 지도를 갖고 정확하게 운전을 해줄 수 있으니까요.
소위 ‘컴퓨터 슛’이라고 하는 일이 ‘이동’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이런 전망이 2017년쯤에도 쏟아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2020년이 되면 대도시에 자율주행 차량이 많이 다닐 거라는 말도 있었죠. 하지만 2022년에도 상용화 속도는 더딥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샌프란시스코 특정 지역에서 GM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가 상용 서비스 면허를 받아 제한적 시도를 하는 정도죠.
그렇다 보니 자율주행의 상용화 시점을 언급하는 건 사실상 미래 예언과도 같습니다. 오히려 기술보다 사회의 합의가 동반돼야 가능한 거라고 봅니다.
장 소장은 ″미래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 예측은 마치 예언과도 같다″고 말했다. ⓒShuttersto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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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사람이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려면 필기는 60점, 주행은 80점을 넘어야 한다고 보죠. 80점을 갓 넘긴 사람이 도로를 다니려면, 몇 차례의 도로주행 연습을 하면 될 겁니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도 정부의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요. 그 수준이 80점으로는 충분치 않은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점수가 95점은 돼야 면허 최소 요건을 충족할 거고요. 실제 도로를 나가려면 97~98점, 사람을 태우려면 99점은 된다고 볼 수 있죠. .
하지만 99점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낄까요? 100번 중 한 번 사고 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할 겁니다. 1000번에 1번도 어렵죠. 그렇다고 99.9999%라고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이를 정한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즉, 사회적으로 자율주행을 수용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마련하는 게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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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판교에서 '자율주행 서비스'하며 배운 것
이런 기초 개념을 바탕으로 저희가 세종에서 15개월, 판교에서 5개월가량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며 얻은 성과는 무엇이었을까요. 숫자가 많았던 건 아니지만 깨달은 건 분명했어요. 먼저 실제 고객이 사용하면서 주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피드백으로는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이라지만 안전을 대비한 운전자가 있는데, 그럼 일반 택시와 뭐가 다른가요? 소위 '뼈 때리는' 피드백이었죠. 이걸 왜 하느냐는 질문과도 같았습니다. 기술과 사회적 공감대가 함께 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들은 '나만의 공간'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한다는 교훈도 얻었어요. 그에 맞춰 안전뿐 아니라 차량 내부 인테리어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세종시에서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가 운영되는 모습. ⓒ카카오모빌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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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사람들이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불 의사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세종시에서는 짧은 구간 기준으로 건당 1000원 정도의 요금을 받았는데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용하는 걸 보며,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얻었습니다.
아울러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가 시민과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이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 그동안 단 한 건의 사고가 없어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율주행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거쳐야 할 난관이 많습니다. 기술 발전은 당연하고,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또 기존 생태계와 융화하는 것도 필요하죠. 더 파고들면 인프라와 도로 환경뿐 아니라 보험 체계와 윤리 이슈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걸 품을 정책도 입안돼야 하죠.
특히 정책은 기술 개발 속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법·제도는 법에서 규정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Positive) 규제 형태예요.
그러다 보니 명문화하지 않은 규정은 시도해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현장의 담당자들도 이슈를 우려해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규제 형태가 네거티브(Negative)로 바뀔 것을 늘 제안해요. 법에 적혀 있지 않은 새로운 시도는 맘껏 해볼 수 있는 판을 열어달라고 기회가 될 때마다 요청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자율주행 운행 주체 표준화 등을 담은 레벨4 자율주행 법안을 이미 발표했어요. 자연스럽게 기술 고도화 작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죠.
또 하나 제안을 한다면, 자율주행 관련해서도 범부처 기구 신설이 되면 좋겠습니다. 현재 4개 정부 부처가 협업하는 형태에서 '자율주행 상용화 위원회'같은 통합기구가 만들어진다면 기술 고도화나 서비스 상용화가 더 빠르게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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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HD맵’으로 그리는 그림은?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3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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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 스토리북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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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업계의 변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자율주행과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그간 ‘개념’뿐이던 것들이 조금씩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부터 IT기업까지 업계 플레이어도 다양해지고, 수십~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도 계속 등장하고 있죠.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게임 체인저’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폴인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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