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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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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투성이 리더보드…신뢰 잃어가는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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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제 한국 남자골프 대회도 규모가 커지고 TV나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실시간 스코어(성적)가 틀려요. 버디인데 앨버트로스를 했다면서 순위가 확 변하는 건 애교죠. 너무 틀리는 게 많으니 이젠 믿음이 안 가요."

남자골프의 오랜 팬인 박형준 씨는 올해 유독 실시간 리더보드(점수판)에 오류가 많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박씨는 "지난번 대회에서는 박찬호 스코어가 궁금해서 봤는데 처음에는 18오버파로 나왔다가 조금 뒤에 보니 15오버파로 나오고, 또 13오버파로 바뀌어 있었다. 나중에는 화가 나더라. 이제는 실시간 스코어는 안 본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올 시즌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가 '실시간 스코어 오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가 중계되는 곳의 댓글 창에 "왜 이렇게 틀리느냐" "공식 대회 맞느냐" 등 항의성 댓글이 올라오는 것은 기본이고 앞서 열린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결국 중계진이 폭발했다. 중계진은 "현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해 죄송하다. 기록 누락으로 정정에 정정을 반복하는 현상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이번 대회는 출전 선수도 많지 않은 데다 한 홀마다 희비가 엇갈리는데 인증 기록 업체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해 아쉽고 유감스럽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묘하게도 올해 유독 많이 불거진 '스코어 오보 사태'는 '인증 기록 업체' 변경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지난해까지 CNPS와 계약했던 KPGA 코리안투어는 올해 축구 비디오판독시스템(VAR), 스포츠 경기 영상, 프로농구 인터넷 중계 제작 등을 하는 유엔비즈와 새롭게 공식 기록 업무 계약을 맺었다. 골프 경기 관련 사업은 처음이다. 당연히 전문적으로 공식 기록원을 구하기 어렵다. 실시간 리더보드가 틀리는 이유다. 또 비전문성은 리더보드 항목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현황(STATUS)은 '현재 중간합계 스코어'를 나타낸다. 하지만 KPGA 리더보드에서 '현황' 부분에는 파, 버디, 보기 등을 표시하고 있다. 의미를 모른다는 얘기다.

가장 중요한 공식 스코어 접수도 인증 업체 담당자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골프협회(KGA) 등 다른 곳에서는 협회 담당 직원이 업무를 맡는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열린 대회에서는 한 선수가 스코어 오기로 탈락했는데 그 과정에서 선수의 스코어 카드를 계산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담당자는 질타를 당했고 스코어 접수 방법을 재교육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PGA 내부적으로도 스코어 접수 방법에서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KPGA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내부 인력의 파업이 지속되면서 전산, 운영 등 주요 인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투어 규모는 커지지만 내부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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